[2002 국감]“차액 4168억 北에 건네줬나”

  • 입력 2002년 9월 26일 19시 02분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오른쪽)이 4억달러 대북 비밀 지원 의혹을 거듭 제기하고 있다. - 연합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오른쪽)이 4억달러 대북 비밀 지원 의혹을 거듭 제기하고 있다. - 연합
26일 국회 정무위의 금융감독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는 ‘현대그룹의 4억달러(약 4900억원) 극비 대북지원’ 의혹을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간에 가시 돋친 설전이 난무했다.

이날 감사는 민주당 의원들이 오전 회의에 불참하는 바람에 오후 2시반경 시작됐다.

한나라당은 현대그룹이 북한에 5억5000만달러를 송금했다는 사실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송금경로 등에 대한 제보를 추가공개했다. 그리고“남북정상회담과 노벨평화상을 돈으로 산 사실이 드러난 만큼 대통령은 사과하라”고 청와대를 겨냥했다.

전날 ‘4억달러 비밀 지원 의혹’을 제기한 한나라당 엄호성(嚴虎聲) 의원은 문제의 돈이 북한이 홍콩 마카오 등에 만들어 놓은 유령회사를 통해 송금됐다고 주장하며 대북 거액지원설을 기정사실화한 뒤 구체적인 정황증거를 제시했다. 그는 “2000년 4월7일 정몽헌(鄭夢憲) 회장이 중국 베이징(北京)에 갔을 때 남북정상회담 개최사실이 발표됐고, 이어 9일 정 회장을 수행한 이익치(李益治) 현대건설 회장이 귀국했다”며 “현대건설은 대북 송금 후 부도위기에 놓이자 유동성 확보를 위해 시중은행 4곳에서 2000억원, 산업은행에서 2000억원 등을 조달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성헌(李性憲) 의원은 “현대건설도 1억5000만달러(약 1800억원)를 북한에 지원했다”고 거듭 주장하면서 “현대건설의 자금난은 무리한 대북 현금지원이 뿌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근영(李瑾榮) 금감위원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추궁에 대해 “(청와대 회의 때 보고했다는 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의 증언 사실 여부는) 당시 너무 피곤해 기억 못하겠다” “자금회수가 관심사일 뿐 현대상선이 어디에 썼는지 관심 없었다”며 예봉을 피해갔다. 또 자금추적 의지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금감위는 일반기업에 대한 계좌추적 권한이 없다”고 답했다.

민주당 박주선(朴柱宣) 의원은 “현대상선 사장의 넋두리가 오해를 불렀다”며 현대그룹의 5억5000만달러 지원설에 대한 김빼기에 주력했다. 민주당 대표주자로 나선 박 의원은 최재승(崔在昇) 의원의 발언시간 15분을 빌려 써가면서 반격을 벌였다.

박 의원은 “현대상선 김충식(金忠植) 전 사장이 ‘금강산 관광과 같은 국가사업을 하느라 기업이 어려워진 만큼 정부도 일말의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고 푸념했을 뿐인데, 엄 전 산은총재가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 금감위원장에게 “위원장이 현대상선 사장이라도 이 정도 하소연은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물어 “그럴 수도 있겠다”는 답변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민주당 김원길(金元吉) 의원은 “수천억원이 해외로 송금됐다면 재정경제부 등 외환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런 기록이 어디 있느냐”며 사실무근임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또 한나라당의 진상조사위 구성 제안에 대해 “그럴 필요도 없이, 현대상선의 2년 전 장부만 간단히 뒤져봐도 확인할 수 있다”며 현장조사를 제안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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