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특구 한국기자 입국거부]北총영사관 "양빈이 뭔데…"

  • 입력 2002년 9월 30일 19시 00분


양빈 북한 신의주 특별행정구 행정장관이 한국 기자들의 출입이 거부된 것과 관련해 '국경문제를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 변영욱기자
양빈 북한 신의주 특별행정구 행정장관이 한국 기자들의 출입이 거부된 것과 관련해 '국경문제를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 변영욱기자
한국 기자들에 대한 북한측의 비자발급 거부로 양빈(楊斌) 신의주 특별행정구 행정장관의 대외적 신뢰도는 물론 신의주 특구의 위상이 처음부터 크게 흔들리게 됐다. 양 장관이 특구 장관에 임명됐을 때부터 그의 불분명한 전력과 부동산 투기, 탈세 의혹 등을 들며 고개를 가로저었던 많은 중국 소식통들은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소식통들은 “신의주 특구가 출범도 하기 전에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려는 북한측 의도가 처음부터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양 장관 자신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다. 양 장관은 27일 선양(瀋陽) 허란춘(荷蘭村)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장담했다. 29일에는 “중국 당국과 아직 협의가 안 돼 종전처럼 비자를 받아야 한다”고 한 발 물러섰지만 “북한측은 아무 문제가 없어 여권만 맡기면 한시간 내 비자를 내주겠다”고 호언했다.

이 때문에 신의주 맞은편의 중국 국경도시 단둥(丹東)에 있던 한국과 일본 기자들이 한밤중에 택시를 타고 선양으로 달려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하지만 선양 주재 북한 총영사관측은 ‘한국인은 내국인’이라며 비자발급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양 장관의 약속은 북한측과 전혀 사전 협의가 되지 않았던 것임이 밝혀진 것.

북한 총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양 장관이 한국 기자들에게 비자를 내주기로 했다”는 말에 “양빈이 뭔데…”라며 대단히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이에 대해 중국 소식통들은 몇 가지 요인으로 분석했다.

그가 북한 정부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았기 때문에 복잡한 외국인의 국경 왕래도 당장 가능한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양 장관 자신도 30일 한국 기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울타리를 치기도 전에 한국인이 돌아다니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면서 사과했다.

그의 성격 탓으로 돌리는 시각도 있다. 그가 말하길 좋아하기 때문에 기자들 앞에서 전후를 고려하지 않고 가다듬지 않은 구상을 거침없이 내뱉었다는 것이다. 또 그가 특구 장관에 임명된 뒤 과시욕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양 장관이 각종 비리 혐의로 내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를 모면하기 위해 신의주 무비자 입국 발언 등 돌출발언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이 양 장관의 혐의를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귀띔했다.

선양〓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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