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의주특구 헷갈린다

  • 입력 2002년 10월 1일 18시 47분


신의주 특구에 대한 의구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북한이 신의주 특구 안(案)을 전격적으로 발표했을 때의 놀라움은 가시고, 지금은 날마다 궁금증만 커지고 부정적인 소식들만 전해지고 있다. 북한이 처음 시도하는 일이라 어느 정도 혼란은 용인될 수 있다고 해도 이처럼 불투명한 상황이 계속되는 것은 신의주 특구의 앞날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분위기가 냉담해진 일차적 원인은 양빈(楊斌) 초대 행정장관의 신뢰성 없는 발언 탓이 크다. 외국인의 신의주 방문 절차와 관련한 그의 말이 불과 며칠 사이에 여러 차례 번복됐고 엊그제는 그가 장담했던 한국과 일본기자들에 대한 비자 발급도 무산됐다. 이는 양 장관의 말이 북한 당국과 최소한의 사전 조율도 거치지 않고 나온 것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런 일이 계속되면서 신의주 특구 정책 자체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 장관은 좀더 신중한 처신을 보였어야 했다.

‘신의주특별행정구 기본법’에서 설명이 되지 않는 몇가지 의문 사항은 투자 유치에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 외국 투자가들로서는 특구에 비상사태가 선포될 경우 자신의 재산은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 인민군 병력이 특구 내에 주둔할 수 있다는 조항은 무엇 때문인지 등 불분명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의문에 대해 북한 당국과 양 장관은 책임있는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모든 것이 명확해지기 전에는 우리 기업들도 환상적 기대에 들뜨지 말고 상황을 신중하게 지켜보는 것이 현명한 자세일 것이다.

신의주 특구의 성공을 위한 가장 우선적 조건은 외국 자본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신뢰를 구하는 일이다. 그러나 신의주 특구가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 나온 얘기들은 대체로 ‘깜짝쇼’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 당국이나 양 장관은 장밋빛 약속을 남발하는 대신 한 가지라도 확실하게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 대외적 신뢰도를 높일 수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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