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즉각적 핵사찰" …北 "3년뒤 받겠다"

  • 입력 2002년 10월 2일 18시 19분


3일 방북하는 제임스 켈리 미국 대통령 대북특사가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최성홍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 박영대기자
3일 방북하는 제임스 켈리 미국 대통령 대북특사가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최성홍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 박영대기자
《제임스 켈리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이끄는 미국 대표단이 3일부터 5일까지 평양을 방문한다. 이번 방문은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북-미대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북한이 7·1경제관리개선조치 시행과 신의주 특별행정구 발표, 북-일 정상회담 개최 등 과거와는 다른 적극적인 개방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시점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 미사일, 재래식 무기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겠다고 공개해 놓고 있다.》

▼핵사찰-경수로▼

이번 북-미 대화의 최대 쟁점은 역시 북한 핵문제.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16일 “북한은 핵무기들을 갖고 있다”고 단정하기까지 했다. 미국은 이에 따라 북한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핵사찰을 받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북한도 북-미간 제네바합의의 틀에 따라 핵사찰을 받겠다는 방침은 공개적으로 밝혀 왔다.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지난달 17일 북-일 정상회담에서 “핵문제의 포괄적인 해결을 위하여 관련된 모든 국제적 합의를 준수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핵사찰 시기를 두고 양국은 현격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양국은 94년 제네바합의와 경수로공급협정을 통해 ‘경수로 핵심 부품인 원자로 등이 북한에 전달되기 전’에 특별사찰 및 안전조치 협정을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경수로 1호기의 완공시점은 당초 2003년이었으나 계속 늦어져 2008년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은 공사 일정이 지연되긴 했으나 일단 경수로 건설 공정상 핵심 부품을 인도할 2005년 하반기 이전에 핵과 관련된 의혹을 완전히 규명해야 하며 기간은 3년 정도가 걸리므로 당장 핵사찰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찰기간으로 3년을 잡은 것은 IAEA의 실무 일정을 감안한 것이다. IAEA가 유일하게 핵사찰을 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1년10개월이 걸렸는데 북한은 더 많은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3개월이면 충분하다고 맞서고 있다. 2005년부터 받아도 된다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다. 양국 사이에 ‘3년’과 ‘3개월’의 큰 차가 있는 셈이다. 북한은 8월 신포 금호지구 경수로 본체 콘크리트 기반공사에 앞서 “경수로 주요 부품이 인도되기 직전인 3년 뒤에 핵사찰을 받겠다”는 뜻을 미국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주요 쟁점북 한
과거 핵 규명시 경수로 완공 과거 핵 규명핵의혹 언급은 미국의 음모
올해 안 IAEA 전면사찰 수용핵사찰 일정2005년부터 핵사찰 실시
일정 지연은 북한 책임, 보상 불가경수로 지연문제일정지연에 따른 전력 손실 보상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미사일 개발-수출▼

미국은 켈리 차관보를 통해 북한에 미사일 수출 및 개발 포기, 이에 대한 검증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전 세계에 미사일과 미사일 기술을 판매하는 제일의 수출상이다”라는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국대사의 최근 발언처럼 북한 미사일이 미국의 국가이익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반면 북한은 ‘자위적인 방어수단’이라는 논리로 미사일 개발을 정당화하고 있다.

북한은 98년 8월 대포동미사일 발사실험 이후 사거리 1300㎞인 노동1호를 97년 실전 배치한데 이어 사거리 2000∼6700㎞에 이르는 대포동1, 2호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간 미사일 문제는 빌 클린턴 행정부 말기인 2000년에 타결 직전까지 간 적이 있었다.

당시 북한은 미국이 위성발사를 대신해 주면 사거리 300마일이 넘는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고 수출도 중단하겠다고 제안하면서 매년 10억달러에 이르는 식량 석탄 생필품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평화를 돈을 주고 사지는 않겠다”며 거절했다.

최근 북한의 변화 움직임을 고려할 때 새로운 합의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으나 양측의 시각차가 워낙 커 원론적 수준의 논의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더 많다.

미 국주요 쟁점북 한
포기하거나 검증이 필요하다미사일 개발 및 시험발사일정 요건 충족시 사거리 300마일 넘는 미사일 개발은 포기할 수 있다. 그러나 무한정 발사를 중지할 수는 없다.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행위여서 중단해야 한다.미사일 및 미사일 기술 수출미사일 수출은 외화벌이를 위한 것이어서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주면 수출을 중단할 수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재래식 무기 후방철수▼

북한군이 휴전선에 전진 배치한 방대한 재래식 무기의 후방 철수 문제도 미국이 중시하는 관심사 중 하나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등장 이후 새로 추가된 현안이다. 실제로 부시 대통령은 2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북한군의 후방 배치를 요구한 적이 있고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도 지난달 정례 브리핑에서 “미-북대화를 하면 재래식 군사력 문제를 반드시 제기하겠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켈리특사 3일 訪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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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화 자체만으로 동북아안정 도움"

그러나 이 문제는 핵과 미사일 문제보다 우선순위가 떨어지기 때문에 대화 초기부터 핫이슈로 떠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비무장지대(DMZ) 인근에 배치한 재래식 무기를 후방으로 배치하거나 감축하라는 요구에 대해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며 분명하게 반대하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평양∼원산선 이남 지역에 10여개 군단, 60여개 사단 및 여단을 배치해 놓고 있어 곧바로 기습 남침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다. 또한 장기적인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총예산의 30∼50%(국방부 추정)를 군사력 증강 및 유지에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북한의 군사비는 50억달러에 이른다.

미 국주요 쟁점북 한
휴전선 일대 배치된 방대한 재래식 무기 뒤로 물려야후방 배치재래식 무기는 자위를 위한 수단. 주한미군 철수와 북-미간 평화협정 체결 이전에는 절대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한반도 평화 위해 감축해야감축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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