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 현지 상황〓신의주를 잠깐만 둘러봐도 이곳이 얼마나 변화가 필요한지 대번에 알 수 있다. 텅빈 거리에서는 거의 자동차를 찾아 볼 수 없고 농부들은 여전히 괭이와 낫을 들고 일한다. 학생들은 밤마다 책을 읽을 불빛을 찾아 김일성 동상을 비추는 조명등 아래로 몰려들고 있다. 전력 사정이 나빠 신의주시에서 가장 밝은 곳이기 때문이다. 인민대학습당의 컴퓨터에는 인터넷 서핑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지만 네트워크가 없어 무용지물이다.
신의주 주민들의 기대감은 높다. 한 신발공장 근로자는 “특구가 인민들을 더 잘 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신의주 개발을 위해 50만명의 신의주 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강제이주되고 대신 선발된 20만명의 숙련공들이 자신들의 자리를 채우게 된다는 것은 전혀 모른다.
▽성공 여부는 미지수〓신의주 특구는 92년 자금난 때문에 공사가 중단된 채 평양하늘에 우뚝 서 있는 105층짜리 유경호텔처럼 처치곤란한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성공하면 북한 전역이 열린다”는 양빈(楊斌) 특구 행정장관의 희망대로 될 경우 새로운 개념과 신규 자금이 북한을 대변혁으로 이끌 것이다.
양 장관은 신의주 특구는 성의있는 노력의 결과라지만 성의만으로는 특구를 성공시킬 수 없다. 신의주는 포장도로나 물류운반시설, 수도시설 등 경제활동에 필요한 기반시설조차 갖추고 있지 않다. 양 장관은 외자유치에 희망을 내비쳤지만 나진 선봉지구의 실패를 거울삼아야 한다. 더구나 정치적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 어떤 투자자도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자신의 실험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이 개혁의 대리인으로 네덜란드 국적을 가진 중국계 양빈을 내세운 것 자체가 북한이 스스로 개혁할 수 없음을 인정한 것이다.
▽양 장관 신뢰성에도 의문〓양 장관은 기자회견에 김정일 배지를 값비싼 골프셔츠의 상표 옆에 달고 나왔다. 북한에 작은 농업관련 회사 지분을 갖고 있다는 양 장관은 지난해 포브스지에 9억달러 상당의 재산을 가진 중국 내 2위의 부자(富者)로 뽑히기도 했지만 여전히 좋지 않은 소문을 몰고 다닌다. 그가 중국 동북부 선양(瀋陽)에 건설 중인 네덜란드식 주택지와 테마공원을 둘러싼 탈세소문도 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