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정보위는 지난해 국가정보원 예산의 결산심사와 국정원 및 ‘기획조정대상부처’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측 정보위 간사인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국회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민주당이 또다시 홍 의원 자격 문제를 거론한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불참사유를 밝힌 뒤 “정보위 파행을 사주하고 국내정치에 개입해온 신건(辛建) 국정원장은 퇴진하고,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와 김덕규 정보위원장은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또 “민주당이 갑자기 정보위를 열자고 한 것은 국정원 내 과장급 중간간부의 압력이 작용한 것 같다. 이들은 정권교체로 바뀔 수뇌부의 입장 때문에 조직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고 국정원의 내부 갈등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 회의장에 나타난 민주당 의원들은 “오늘 회의에 응한 것은 정보위 정상화를 위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며, 국가안전기획부 돈 총선자금 지원사건 변호인으로 활동했던 홍 의원의 정보위원직 사퇴를 촉구하는 입장에는 조금도 변화가 없다”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민주당은 나아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에게 “정보위의 정상화에 발 벗고 나서라”고 촉구했다. 김재두(金在斗)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후보와 한나라당은 국회법을 무시하고 제척사유가 있는 홍 의원을 일방적으로 정보위원에 선임했다. 이 후보는 국회법을 자기 당의 당헌 당규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비난했다.
양당이 정보위 파행을 무릅쓰며 힘 겨루기 하는 이면에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민주당은 ‘대북 비밀지원 의혹’과 전 현직 국정원장의 대통령 차남 ‘용돈’ 제공 등 곤혹스러운 현안에 관한 공세를 피해야 하는 입장이고, 한나라당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막기 위해 국정원 예산 심의 등을 무기로 ‘군기’를 잡으려 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