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3人의 '정치개혁 포부']책임총리제등 현실성 의문

  • 입력 2002년 10월 2일 18시 58분


대선 후보 진영의 ‘정치개혁 구상’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이 원내정당화를 골자로 한 정치혁명을 주장한 데 이어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2일 투명한 대선자금 운용과 정당개혁 등 구체적인 정치개혁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도 산발적으로 밝혔던 자신의 정치개혁 구상을 종합해 곧 공약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이회창 후보〓‘제왕적 대통령제’ 종식을 중점 과제로 보고 있다. 대통령과 정당, 국회의 정상적 관계 정립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힘이 아닌, 합리성과 설득으로 입법부의 협조를 구하는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는 국무총리에게 실질적인 내각통할권을 부여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미 대통령 친인척 비리 청산을 위해 부패방지위원회 산하에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감찰할 독립기구를 설치할 것을 제안해놓고 있다. 정당 민주화를 위해선 상향식 공천제도와 국회의원 표결의 자유투표제를 전면 도입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강구중이다. 이 후보는 이 같은 내용의 정치개혁 방법론을 가다듬은 뒤 집권 공약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노무현 후보〓조순형(趙舜衡) 선대위공동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도덕적 정당성을 갖춘 새로운 정치주체들이 결집해 낡고 부패한 정치세력을 완전히 교체해야 한다”며 ‘클린 클리어 코리아 프로젝트’라는 정치개혁 실천방안을 내놨다.

이번 대선부터 실천할 사항으로 △대선자금의 모금 집행 사후보고 과정에 시민단체의 참여를 보장해 투명성 확보 △대선자금 사용명세 매일 인터넷 공개 △100만명 1만원 모금운동으로 깨끗한 대선자금 조성 △법정선거비용 한도 준수 등을 약속했다.

정당구조의 개혁방안으로 100% 당비를 내는 진성(眞性) 당원의 정당으로 바꾸고, 당의 주요 의사결정시 전당원 인터넷 투표제를 도입할 것도 제안했다. 권력사유화 방지 및 국회 개혁 방안으로 청와대 비서실의 기능 재조정과 공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공채, 감사원 기능의 국회이양 등 25개 과제도 제시했다.

▽정몽준 의원〓중앙당 당사를 국회 안으로 이전하고, 정당에 총재는 물론 정쟁의 ‘확성기’ 역할을 하는 대변인을 두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식 정당구조와 유사한 원내정당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정책위의장과 원내총무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며, 개별 국회의원의 표결에 당론을 정하지 않고 자유투표를 완전히 보장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지구당도 협의체로 운영되는 연락소 형태로 바꾸고 선거 때에만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하는 임시 선거캠프 체제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각 대선 후보의 정치개혁 방안
이회창후보노무현후보정몽준의원
·국무총리에게 실질적인 내각통할권 부여·부패방지위원회 산하에 대통령 친인척 비리 감찰 독립기구 설치·상향식 공천제도 확립·국회 표결 자유투표제 전면 도입·대선자금 모금 집행에 외부인사 참여·대선자금 사용명세 매일 공개·당원 전원이 당비 내는 정당으로 전환·국인터넷 활용한 전당원투표제 도입·중앙당 당사의 국회 이전 등 '원내 정당'화 추진·총재 및 대변인제도 폐지·자유투표제 완전 보장·지구당 협의체 운영·검찰총장 국정원장 등 6개 기관장의 인사청문회 실시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전문가 진단▼

강원택 교수

▽숭실대 강원택(康元澤·의회정치) 교수〓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경우 반부패를 중요한 대선 전략 중 하나로 내세웠지만 친인척 관련 대목 외에는 구체적인 정치 개혁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또 책임총리제의 취지는 좋지만 우리 정치 현실에서 대통령이 국무총리에게 전권을 위임한 후 과연 정국 운영의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정치 자금 투명화 방안은 취지는 바람직하나 진성(眞性) 당원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것은 지나치게 이상적인 느낌이다. 무소속 정몽준 의원의 방안은 우리 정치 현실에서는 최소한 1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또 자신이 아직까지 어느 원내교섭단체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기에 가능한 제안일 수도 있다.

조기숙 교수

▽조기숙(曺己淑·정치이론)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안은 상대적으로 범위가 커 나머지 두 후보의 안과 상충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용이 별로 구체적이지 않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감시하는 기구 설치안은 DJ 아들 문제에 반사 효과를 노리려는 측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안은 ‘당위’를 강조한 점이 눈에 띄고 지나치게 이상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전혀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데, 특히 인터넷을 통한 당 의사 결정은 추진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정몽준 의원은 미국식 의회주의로 가자는 것인데, 그러려면 미국처럼 양당제가 바람직한데 우리 정치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오히려 양당제의 미국식과 연정제의 유럽식을 절충하는 선에서 개혁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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