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국조특위 양당 간사협의가 결렬된 직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서로 ‘네탓’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한나라당 특위 간사인 엄호성(嚴虎聲) 의원은 “대통령 차남인 김홍업(金弘業)씨뿐 아니라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 이기호(李起浩)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까지 막판에 양보했는데도 민주당은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며 민주당을 공격했다.
민주당 간사인 송영길(宋永吉) 의원은 “한나라당이 청문회에서 추가로 밝힐 내용이 없으니까 ‘정치 쇼’를 하려고 억지를 부린다. 청문회 일정을 연기하자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양당이 이처럼 목소리를 높였지만 속내는 다른 데 있다.
민주당은 예보채 차환발행 동의를 전제로 국정조사를 받아들이긴 했지만 청문회를 통해 공적자금 운영 난맥상이 드러날 경우 당에 득될 것이 없다는 계산이다. 증인문제에서 계속 밀리다가 막판에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동생 이회성(李會晟)씨와 기양건설 김병량 회장 등 ‘세풍’ 사건 주역들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이런 계산에 따른 반격이다.
한나라당도 사정이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일정이 빡빡한 데다 피검기관들이 자료도 제대로 내놓지 않자 현 상태에서 청문회를 열었다가는 비리를 캐내기는커녕 자칫 현 정권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4억달러 대북 비밀 지원 의혹’이라는 새로운 공격 카드가 생기자 청문회에 굳이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결국 양당이 극적인 합의를 하지 않는 한 청문회 연내 개최는 사실상 물 건너 간 셈이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