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投信 투자자손실 떠안기 公자금 7조지원은 불법”

  • 입력 2002년 10월 3일 18시 52분


정부가 한국투자신탁과 대한투자신탁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7조7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증권투자신탁업법을 위반한 것으로 3일 감사원 특감자료에서 밝혀졌다.

또 정부가 두 투신사와 맺은 경영정상화계획도 실현성이 없는 부실 약정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국회 공적자금 국정조사특위에 제출한 특감 자료에서 2000년 6월 금융감독위원회가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한국투신(3조원)과 대한투신(1조9000억원)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투자자 손실을 메워준 것은 ‘투자 손실은 고객 몫’으로 규정한 증권투신업법을 위반한 불법 조치라고 지적했다.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은 2000년 1∼4월 투자자들이 갖고 있던 부실채권 6조414억원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투자자 손실을 보전해 주면서 3조4830억원의 손실을 떠안았으며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원금뿐 아니라 높은 이자까지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두 회사가 고의적으로 떠안은 손실까지 국민 세금인 공적자금으로 메워준 것이어서 불법조치라는 것.

이에 앞서 재정경제부가 대우그룹 부도 파문이 확산된 99년 12월부터 2000년 1월 말까지 대우그룹 부실채권을 갖고 있는 투신 고객에게 원금과 이자의 95%까지 보장해주기 위해 한국투신(2조원)과 대한투신(8000억원)에 국유재산 특별회계에서 2조8000억원을 투입한 것도 증권투신업법을 어긴 것이라고 감사원은 밝혔다.

또 금감위와 예금보험공사는 2000년 9월 한국투신 대한투신과 경영정상화 이행계획(MOU)을 맺으면서 매년 주가와 수탁액이 15%씩 상승한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기초로 2003년 6월까지 경영정상화를 달성하도록 강요했으나 이 역시 금융시장 전망과 동떨어진 비현실적인 조치였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투신사가 고객 돈을 담보로 잡고 외부 돈을 빌려쓰는 연계 차입금 3조7734억원을 2000년 말까지 모두 갚도록 무리한 조치를 취하는 바람에 결국 회사 부실을 가중시키게 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 같은 정부의 무리한 계획에 따라 투신사들은 공적자금 투입 후에도 영업확장을 위해 연 20∼30%짜리 고금리 보장 상품을 팔았다가 주가가 떨어지자 다시 공적자금으로 물어주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에 대해 재경부와 금감위측은 “대우 사태 직후 금융공황 심리를 막고 투신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했으며 당시 금융정책협의회를 열어 경제부처 장관들이 결정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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