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6일 한 소장에 대해 ‘해당 직무를 더 이상 수행할 능력이 없다고 인정될 경우 보직해임한다’는 군 인사법 규정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모든 언론과 국민이 지켜보는 국정감사장에서 극비군사기밀인 ‘블랙북’(북한첩보 일일보고서)을 꺼내 보이며 군 수뇌부의 묵살 의혹을 제기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수의 군 관계자들도 “주장의 진위 여부를 떠나 ‘보안’이 생명인 현역 정보부대장이 중대한 군 기밀을 노출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응분의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 소장의 해임과는 별개로 그의 주장이 불러일으킨 파문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김동신(金東信) 전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가 ‘특정한 의도’를 갖고 북의 도발 징후를 조직적으로 묵살은폐했다는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엄청난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7일부터 한 소장의 주장에 대해 특별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국방개혁위원회와 합동참모본부의 전투태세검열실, 국방부 감사관실 등 정보분야 관계자 10명으로 구성된 특별조사단을 만들어 일주일내 사태의 진상을 철저히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조사의 초점은 △교전 이전 북한경비정의 북방한계선(NLL) 침범 전후 작성된 한 소장의 보고내용 중 도발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됐는지 여부 △국방정보본부가 이를 보고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등 한 소장의 ‘폭탄선언’을 검증하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소장이 ‘묵살은폐’의 장본인으로 지목한 김 전 장관과 합참정보본부측은 6일에도 여전히 “사실무근이며 삭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첩보 해석과 판단’의 문제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어 과연 진상이 제대로 밝혀질지도 의문이다.
군의 한 정보관계자는 “한 소장이 삭제됐다고 주장하는 당시 2개항의 첩보도 북한의 도발을 예측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는 아니다”며 “예하부대에서 올라온 대북첩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론을 내리는 것은 정보본부의 고유권한”이라고 말했다. 즉 한 소장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수용하더라도 전체적인 정보 판단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군 관계자들은 “교전 직전 블랙북의 내용을 검토하고 당시 보고상황을 조사하면 어느 정도 사태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당시의 상황과 양측의 주장이 팽팽한 만큼 짧은 시간에 모든 의혹을 해소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