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으로서는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이라크와 다르다는 점을 적극 어필했고 미국도 이라크처럼 체제전환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이라크와 다르게 대응해 나간다는 데에 양측이 의견일치를 본 것은 상당한 진전이다.
이번 방북은 국교정상화 교섭 재개를 앞둔 북-일간에도 ‘북-미관계 악화’라는 걸림돌을 사전에 제거해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양측이 쉽게 합의에 이르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북-미간의 협의는 미국이 제시한 조건을 놓고 치열하게 논의하는 ‘조건 투쟁’이라고 봐도 좋다.
미국은 군사분계선 남쪽에 한국이 군대를 배치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에 통상병력 삭감을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보다는 한국이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상호주의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핵과 미사일은 북-미간에 협의한다 해도 통상병력 문제는 한미간 역할분담이 요구된다. 미국의 대북(對北) 정책은 남북이라는 축이 뒷받침돼야 비로소 지역안보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라타 히데야(倉田秀也) 일본 교린(杏林)대 교수·한국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