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금감위장 엇갈린 발언 의혹증폭

  • 입력 2002년 10월 7일 18시 49분


현대상선 대북(對北)송금 의혹의 핵심 당사자 가운데 한 사람인 이근영(李瑾榮·사진) 금융감독위원장의 발언이 앞뒤가 맞지 않아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산업은행 대출금이 대북 송금에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난달 25일 정무위 국정감사와 4일 국감에서 이 위원장 증언이 서로 모순되기 때문.

4일 국감장에서 엄낙용(嚴洛鎔) 전 산은총재가 “2000년 8월 취임인사차 이 위원장을 찾아가 ‘현대상선 김충식(金忠植) 사장이 산업은행에서 빌린 돈은 구경도 못했으니 정부가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증언하자 이 위원장은 “엄 총재가 당시 금감위로 나를 찾아왔지만 산은의 전임총재로서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해줬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지난달 25일에는 “2000년 8월말 청와대 서(西)별관에서 경제장관회의가 끝난 뒤 엄 전 총재로부터 처음으로 ‘현대상선 김 사장이 펄쩍 뛴다’는 말을 들었지만 귀기울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저이(엄 전 총재)가 왜 저런 말을 하지’라는 생각에 무심코 지나쳤다”고 진술했다.

자신이 총재로 재직할 때 대출해 준 돈이긴 하지만 대출금은 회수하면 그만일 뿐이란 의미로 말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엄 전 산은총재는 2000년 8월16일 취임했고 청와대 회의는 8월22일 열렸기 때문에 순서상 취임인사가 먼저고 서별관회의가 나중에 열렸다. 따라서 청와대 회의에서 처음 산은 대출금을 들었다는 것은 ‘맞지 않는’ 발언으로 볼 수 있다.

한나라당 엄호성(嚴虎聲) 의원은 국감에서 “서별관회의 때 이 위원장은 △2000년 6월 산은총재로서 4000억원 대출을 결정한 당사자이고 △이미 엄 총재와 대출문제로 대화를 나누었다면 ‘귀가 번쩍 뜨였어야 하는 사안’이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모순된 발언에 대해 이 위원장은 7일 “엄 전 총재가 취임 직후(8월18일로 확인) 인사차 찾아왔을 때는 서서 간단히 인사만 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 뒤 업무협의차 엄 전 총재를 한번 더 집무실로 불렀을 때 대출금 문제를 들었던 것도 같지만 그게 언제인지는 기억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엄 전 총재의 방문 시점에 대해 “통상 방문일지는 1년간 보관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엄 전 총재가 언제 다시 방문했는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금감위측은 자료를 파악한 결과 엄 전 총재가 참석한 경제장관회의는 8월22일이 아니라 9월25일 회의였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위원장의 모순된 두 발언의 진위를 따지면 4000억원의 행방을 둘러싼 진실에 한발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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