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 상당기간 표류 불가피…北 양빈 후임 인물난

  • 입력 2002년 10월 9일 19시 13분


신의주 특별행정구 양빈 장관의 체포 및 가택연금으로 특구의 장래가 불투명해졌다. - 단둥(중국)=변영욱기자
신의주 특별행정구 양빈 장관의 체포 및 가택연금으로 특구의 장래가 불투명해졌다. - 단둥(중국)=변영욱기자
중국이 신의주 특별행정구 장관으로 임명된 양빈(楊斌) 어우야(歐亞) 그룹 회장을 구금한 데 이어 북한의 양빈 장관 해임조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까지 나돌면서 특구의 운명에 대한 전망 또한 설왕설래하고 있다.

양 회장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경한 태도는 일단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경제개혁 구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무엇보다 김 국방위원장의 ‘신의주 구상’은 대부분 양 회장의 아이디어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신의주 특구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미 개혁이라는 이름의 ‘호랑이 등’에 올라탔기 때문에 신의주 특구 추진계획은 양 회장 신변문제와는 관계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신의주 계획은 이미 기본법과 추진방향을 마련한 상태이기 때문에 양 회장이 신의주 특구 장관에서 물러난다고 하더라도 신의주 특구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으로 신의주 특구의 운영 방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는 중국 정부의 지원 여부다. 양 회장을 전격 체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특구의 첫출발에 ‘찬물’을 끼얹은 중국으로서는 북한 개혁의 ‘방해자’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신의주 특구의 성공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김 국방위원장이 어떤 후속조치를 취하느냐도 관건이다. 북한으로서는 후임자 물색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의 사전 협의 없이 네덜란드 국적의 화교(華僑)를 임명했다가 낭패를 본 북한으로서는 인선에 중국을 의식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자본주의 경제를 실험하는 신의주 특구 장관에 북한 관료를 발탁해봐야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게 분명해 인선작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양 회장을 김 국방위원장에게 천거한 관계자에 대한 문책도 뒤따를 가능성이 커 신의주 특구는 당분간 어수선한 상황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후임 장관 인선 문제로 상당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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