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만경봉92호가 정박해 있는 부산 다대포 국제여객터미널 선착장. 연일 강행된 응원으로 녹초가 됐던 이들은 모처럼 간편한 차림으로 놀이와 여흥을 즐기며 쌓인 피로를 풀었다.
하얀 모자와 트레이닝복을 입은 응원단은 금강산팀. 빨간색 티셔츠에 하얀 바지 차림인 취주악단은 묘향산팀. ‘병 끼고 달리기’ ‘다리 묶어 줄 넘고 달리기’ ‘공 이마에 맞대고 달리기’ ‘봉에 공 올려놓고 달리기’ ‘공 튀겨잡고 달리기’ 등의 놀이가 차례로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고조되자 응원석에서도 ‘우리 선수 잘한다’ ‘옹헤야’ 등의 구호와 노래를 부르며 신명을 냈다.
10월10일은 조선노동당 창건 57주년 기념일. 북한에서는 이날을 정권수립 기념일(9월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2월16일) 등과 함께 7대 명절로 친다. 이날 운동회는 아시아경기가 개막한 이후 각 경기장을 돌며 응원과 공연을 펼치느라 쉴 틈이 없었던 응원단과 취주악단에 대한 위로 겸 휴식차원에서 북한 선수단측이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운동회에 나온 250여명의 북한 응원단은 껌을 씹거나 끼리끼리 얘기를 나누는 등 편안한 분위기였다. 만경봉92호의 선원 30여명도 모처럼 배 밖으로 나와 무료함을 달랬다. 운동회가 진행되는 동안 선상의 대형 스피커에서는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왔고 크리스털 꽃병, 도자기, 음료수 등 상품도 푸짐했다.
아쉬웠던 점은 이 행사가 일반 시민들의 접근이 차단된 채 자체행사로만 열렸다는 것. 운동회가 열린 선착장은 철책이 가로막혀 외부인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이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몰려든 부산 시민들은 다대포항 근처 매립지 잔디밭에 자리를 펴고 앉아 멀리서 운동회 모습을 비디오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시민들은 “부산에서 북한 사람들이 운동회를 하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며 “남북이 함께 어울리는 운동회를 열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부산〓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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