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은 12, 13일 잇따라 비상경제 대책기구 구성과 경제 영수회담을 각각 제의하고 나섰다. 그러나 서로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데다 제의 자체도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을 상당수 담고 있어 초당적 협력의 구축은 말로 그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민주당의 제의 내용〓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는 12일 ‘초당적인 비상경제대책기구 설치’를 촉구했다. 이 기구에는 여야 정치권은 물론 민간 전문가와 전경련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가 참여하고 가동시한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임기 말까지로 했다.
민주당은 12일 올 6월 정치권의 이견으로 무산된 여야정 정책협의회의 재개를 제안했다. 재경부 등 경제부처 장관들과 여야 정책위의장 등이 참여하는 정책협의회를 부활해 당장 시급한 처방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임채정(林采正) 정책위의장은 13일 “김대중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공동으로 참석하는 3자 경제영수회담을 열자”며 한걸음 더 나갔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제안을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일축하고 있다. 여야정 협의회에 참여할 경우 오히려 공동 책임론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고 3자 영수회담도 상대적으로 노 후보를 부각시켜줄지 모른다는 계산 때문이다.
민주당도 한나라당이 제안한 ‘비상대책기구 설치’에 대해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근본적으로 부인하는 발상이란 이유로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양당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 상대방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안들을 내놓고 책임 떠넘기기 공방을 벌이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현 정부 들어 김 대통령과 이회창 후보는 8차례 영수회담을 갖고 다섯 번이나 ‘경제난 극복을 위한 여야정책협의체’를 구성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청와대와 재계의 반응〓박선숙(朴仙淑)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13일 “정치권이 경제와 관련해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앞으로 경제 부총리가 민주당과 경제현안을 협의할 예정이고 한나라당 등 정치권과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재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H그룹 구조조정본부 한 임원은 “정치권이 제발 경제문제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그대로 놔뒀으면 좋겠다. 정치권의 개입이 경제문제를 더욱 꼬이게 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이회창 후보간의 초당적 기구 구성 합의 | ||
영수회담 일시 | 초당적 기구 구성 합의 내용 | 실제 활동 내용 |
1차/ 98.11.9 | ‘경제극복을 위한 여야협의체’구성 합의 | ·여야 경제협의회 구성·98년 11월 두 차례 회의. 세풍사건 관련 이회성씨 구속 이후 가동 중단 |
2차/ 99.3.17 | 경제난 극복과 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여야협의체 조속 가동 합의 | ·여야 경제협의회 재가동·98.3∼6 네 차례 회의. 여당의 의원 빼가 기로 중단 |
3차/ 2000.4.24 | 남북정상회담 초당적 지지, 여야정책협의체 구성, 공통공약 우선실시 합의 | ·정책협의회 구성·2000.4∼5 두 차례 회의 후 중단 |
4차/ 2000.6.17 | 남북정상회담 성과 설명 | ※활동내용 없음 |
5차/ 2000.6.24 | 의약분업 문제 논의 | |
6차/ 2000.10.9 | 경제난 극복을 위한 초당적 협력 합의 | ·여야 정책협의회 정례화 합의(활동 없었음)·2000.11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의 “민주당 은 노동당 2중대” 발언으로 여야 냉각 |
7차/ 2001.1.4 | 회동했으나 의원이적-안기부 총선자금 수사 등으로 합의 없어 | ※활동내용 없음 |
8차/ 2001.10.9 | 미국 9·11테러 이후 경제대책 에 초당적 협력 약속. 정책협의회 재가동 합의 |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이 8·15 경축사 내용을 문제삼아 “대통령 자신사퇴”를 요구해 여야대립으로 무산 |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