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정치권이 혼탁한 비리공방을 벌이면서 제보자를 매수하거나 조직적으로 ‘뒤 봐주기’를 했을 개연성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1996년 3월 당시 청와대 제1부속실장 장학로씨의 축재비리를 폭로한 백혜숙씨(44·여)는 “국민회의측이 비리를 폭로하는 대가로 약속했던 돈을 주지 않고 있다”며 이달 4일 민주당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상대로 서울지법 남부지원에 총 3억원의 약정금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것으로 14일 밝혀졌다.
백씨는 14일 밤 11시반 본보 기자와 만나 “소장에 첨부한 증거자료 외에 민주당이 폭로를 사주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녹음테이프를 2개 더 갖고 있다”며 “민주당이 더 이상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양심선언을 할 것”이라고 밝혀 또 다른 파문을 예고했다.
소장에서 백씨는 “96년 2월 알게 된 당시 국민회의 오길록(吳佶錄) 종합민원실장이 장씨의 비밀을 폭로하면 현금 1억원을 주고 큰 빌딩 내 구내식당, 올림픽공원 내 매점을 내주겠다고 했지만 99년 9월까지 현금 8000만원밖에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국민회의측은 96년 폭로 기자회견 직후 3000만원, 같은 해 9월 1000만원, 99년 6월 3000만원, 같은 해 9월 1000만원 등 3년에 걸쳐 돈을 주었다고 백씨는 밝혔다.
백씨는 또 “올해 8월 민주당 차모 실장이 이미 지급한 8000만원 외에 2억2000만원의 정신적 피해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백씨는 99년 6월 3000만원을 받은 영수증과 각서, 그리고 금품지급을 둘러싸고 올해 들어 민주당 관계자들과 대화한 녹취록 사본을 증거로 제출했다.
이에 대해 오 전 실장은 “돈을 받고 폭로했다는 백씨의 주장은 사실 무근”이라며 “96년 폭로 직후 백씨가 억지를 쓰는 바람에 사비로 4000만원을 만들어 위로금으로 준 것”이라고 말했다. 오 전 실장은 “돈은 개인적으로 준 것이며 당에 보고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백씨는 장 전 실장의 동거녀(김모씨) 남동생의 전 부인으로 96년 2월 장씨의 부정축재 사실을 민주당에 제보한 뒤 그해 3월 이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