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의원은 이미 추석 전 한나라당의 자민련 접촉 창구인 김용환(金龍煥) 의원을 통해 입당을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정국을 반전시킬 좋은 터닝포인트를 물색해 보자”며 입당 시기를 늦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의원의 지역구(충남 청양-홍성)가 홍문표(洪文杓) 제2사무부총장의 지역구와 겹치는 것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가 이 의원에게 △17대 출마 포기 △지구당 조직 해산 △지구당위원장 포기라는 3개의 입당조건을 제시한 뒤 서신으로 약속해줄 것을 요구했고, 이 의원이 결국 이를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그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 그런 제의도 없었다. 내가 나이도 창창한데 조직을 해체하라는 것을 어떻게 들어줄 수 있겠느냐”고 부인했다. 그는 “다만 ‘내가 득표력이 있고 이미지가 괜찮으니까 한나라당이 나를 필요로 해서 입당하는 것이다’고 지역구민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명분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향후 잡음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이 의원이 3선으로 물러나는 심대평(沈大平)충남지사의 자리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전 의원은 오래 전부터 한나라당 입당 여부를 놓고 고심했으나 최종 결단을 내린 것은 지난주 중반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 의원은 4일 당내 ‘대통령후보 단일화 추진협의회’ 발족식 때 “품질이 좋다고 해서 물건을 샀지만 품질이 나쁘면 반품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으나 민주당 대변인까지 지낸 마당에 한나라당 입당에는 내심 부담을 갖고 있었던 것.
그러나 후단협이 자중지란 상태에 빠져 전도가 불투명하고 지역구(충남 천안갑)의 한나라당 지구당위원장이 공석이라는 점을 감안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두 의원이 함께 한나라당에 입당키로 한 것은 12일 만남에서 결정됐다. 두 의원을 접촉해 온 김용환 의원의 미국 방문으로 인해 ‘거사’의 최종 마무리는 강창희(姜昌熙) 최고위원이 담당했다는 후문이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