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고위관계자는 “조사결과 군 정보수뇌부에 대한 대폭적인 물갈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이 삭제지시 했나〓조사결과 김 전 장관은 6월14일 정형진(丁亨鎭) 정보융합처장이 보고한 블랙북(북한첩보일일보고서)에 대해 직접 삭제지시를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이 ‘(블랙북에 북한경비정의 남침의도에 관한) 모든 가능성을 열거해 혼선을 초래할 수 있으니 재정리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이는 결국 정 처장이 일부 내용을 빼고 재판단을 하도록 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조사결론이다.
결국 당시 블랙북에 포함됐던 ①단순침범 ②북 해군의 판정검열 ③우리 해군 대응태세 점검 중 ② ③항목은 삭제되고, ‘단순침범’만이 예하부대에 전파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김 전 장관은 이에 대해 “내가 정보보고서의 일부 항목 삭제에 영향을 끼쳤다는 조사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6월13일과 27일 ‘결정적 도발징후’ 있었나〓특조단은 한 소장이 주장한 13일과 27일의 결정적 도발징후에 대해 ‘중요첩보’이지만 ‘도발임박’을 예고하는 내용은 아니라고 밝혔다. 13일 감청내용 중 문제의 한 소장이 결정적 첩보라고 주장한 ‘8자’의 교신내용은 과거에도 수집된 첩보이며, 당시 상황에서 결정적 징후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27일의 감청내용 중 ‘15자’는 북한군이 우리 해군함정의 대응태세를 떠보는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인 만큼 면밀한 분석이 필요했는데도 5679부대는 물론 정보본부도 이를 단순침범 의도로 평가한 책임을 면키 어렵다고 지적했다. 27일 감청내용에 관해서는 군 정보수뇌부는 물론 5679부대의 책임도 물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조단은 “비록 정보본부가 두 첩보를 삭제한 ‘블랙북’을 예하부대에 전파했지만 당시 각군 작전사령부에는 첩보내용이 그대로 전파돼 대비태세가 이뤄졌다”며 한 소장의 주장이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정보본부가 블랙북을 삭제한 이유는?〓김 전 장관이 직접 삭제지시를 내리진 않았지만 정 처장은 장관의 질책을 블랙북의 일부 내용에 대한 ‘암묵적 삭제 지시’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다.
5679부대 정보단장인 윤영삼 대령은 자필 경위서에서 “정 처장이 ‘장관 지시’라며 블랙북의 내용 중 일부 항목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특조단은 “정 처장이 장관 보고 뒤 주재한 회의에 참석했던 두 명의 다른 과장들도 윤 대령의 경위서와 비슷한 내용의 진술을 했다”고 밝혀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하고 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