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결정이 의미를 가지려면 무엇보다 먼저 지금까지 아태재단이 받아온 여러 의혹이 명쾌하게 정리돼야 한다. 김 대통령 취임 이후 이 재단과 임직원에게 끊임없이 금품수수 이권개입 인사청탁 등 권력 비리 의혹이 제기돼 왔고 김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 재단 부이사장은 구속까지 된 상태다. 그런데도 재단을 둘러싼 ‘수상한 돈 거래’ 의혹 등 아직 속시원하게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재단의 대학 기증이 이런 여러 의혹을 덮어주는 면죄부로 작용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김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어서도 안 된다. 순수한 명예연구원으로 활동한다고 하지만 그의 성격상 과연 그 정도로 만족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연구소와 완전히 절연함으로써 그곳이 하나의 ‘정치공간’이 되어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부르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낫다. 국민은 김 대통령이 퇴임 후 ‘조용하게’ 지내주기를 바라고 있다.
대학은 이 재단을 순수 학문연구소로 발전시키기 위해 현실 정치와 선을 그어야 한다. ‘김대중 색채’를 벗기 위해 연구소의 영문 명칭에 들어 있는 김 대통령의 이름도 빼고 우리말 명칭도 ‘아태’가 아닌 다른 것으로 바꾸는 것은 기본이다. 청와대와 대학측은 재단 인수인계 전에 이런 점들에 대해 분명하게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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