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문제에 대한 대학 순회강연차 한국에 머물고 있는 드리프터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94년 제네바합의에서 내밀었던 핵 카드는 실패한 셈”이라며 “94년 핵 협상으로는 북한도 미국도 얻어낸 것이 없기 때문에 ‘제네바체제’가 어차피 더 이상 지속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핵 카드를 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은 무슨 뜻인가.
“북한과 미국이 제네바체제의 사실상 종언을 선언함으로써 북한과 관련해 진행돼 온 모든 것이 ‘일단 정지’ 상태가 됐다. 북한 핵시설의 전면 공개와 핵무기 개발 중단을 대전제로 하지 않고서는 어떤 종류의 북한 이슈건 한 발짝도 진전시킬 수 없는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즉 북한으로서는 이번에 쓰고 나면 다시는 사용할 핵 카드가 없어지게 된 셈이다.”
-핵 카드는 효과가 있을까.
“미국은 이라크와는 달리 북한에 대해 전쟁이냐 협상이냐의 선택에서 협상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제네바합의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관건은 △북한이 얼마나 확실히 핵을 포기하느냐와 △그 대가로 경제원조나 외교관계 개선 등 실질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느냐이다. 그러나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보유를 포기하고 북한의 외교관계가 개선되는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상정하더라도 그것이 진행되는 데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다.”
-신의주 특별행정구 등 북한이 추진해 온 경제개혁도 당분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이는데….
“안전에 대한 위험과 불확실성이 이렇게 커진 상황에서 북한이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경의선 복원 등 남한과 진행 중인 경협 프로젝트들도 진전이 불투명해 보인다.”
-주변국들의 대북 경제원조 계획도 영향을 받나.
“일본은 이달 말로 예정된 북한과의 수교 협상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쌀 10만t 지원 등 경제원조 계획은 변경될 수도 있다. 북-일 수교에 대한 일본의 국내여론이 좋지 않은 데다 굳이 쌀 재고량이 문제가 되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북-일 수교에의 영향은….
“수교 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이것은 분명 안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대북 강경파의 입지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이므로 북한은 일본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납북 일본인 문제 등에 대해서는 북한이 더 많이 양보할 가능성도 있다.”
-남한 정부는 북한의 ‘핵 개발 인정’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나.
“남한 정부가 당장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어 보인다. 일단 공은 북한이 쥐고 있는 데다 대선을 앞둔 시점이어서 대북정책의 방향도 불확실하다.”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