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核개발계획 파문]美, 일단 北핵포기 외교압박 주력

  • 입력 2002년 10월 17일 18시 36분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16일 북한이 은밀히 핵을 개발해온 사실을 시인했다고 발표하면서 이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같은 딜레마를 반영한다.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북한이 제네바 합의에도 불구하고 핵무기를 개발할지 모른다고 의심해왔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지난달 16일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발언했을 때도 국방부는 다음날 “최근의 북한 핵활동에 관해 새로운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에 앞서 조지 테닛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2월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은 핵동결에 관한 제네바 합의는 계속 준수하고 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미국은 이달 초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방북 때 더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고 북한의 핵개발 의혹을 추궁했지만 북한이 이를 시인하리라고는 미처 예상치 못했던 것 같다. 이같은 사실을 바로 공표하지 못하고 내부적으로만 대응책을 논의해온 것은 그같은 정황을 뒷받침한다.

관심사는 미국이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냐이다. 부시 대통령은 1월 연두교서 발표 때 북한을 이라크 이란과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하며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이 가장 파괴적인 무기로 우리를 위협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나 미국이 이라크 공격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개발 문제를 해결키 위해 당장 북한에 군사적 압박을 가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현실적으론 미국이 일단 한국 일본과의 공조를 통해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도록 외교적 압력을 넣을 공산이 크다.

미국은 동시에 북한의 핵개발이 과연 사실인지, 또는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과장한 것인지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등을 통해 다각도로 검증하려 들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대화에 응할 경우 북-미는 밀고 당기는 지루한 협상 끝에 제네바 합의와 비슷한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미국은 제네바 합의에 비해 북한의 핵동결에 대한 검증을 크게 강화하고 북한에 대한 반대급부는 최소화하려 들 것으로 보여 협상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대화를 통한 해결이 여의치 않을 경우엔 미국은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과 제네바 합의에 따른 중유 제공 중단 등 제재 카드를 뽑아들 것으로 보여 북-미간의 파고는 당분간 잔잔해지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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