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核개발계획 파문]美-日-中-러 전문가 시각

▼미국…조엘 위트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 보유를 시인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94년 제네바 합의 후에도 북한이 은밀히 핵개발을 추구했을 가능성은 제기됐지만 이렇게 이를 시인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북한이 예상되는 큰 파문에도 불구하고 전격적으로 핵개발을 인정한 것은 이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려는 의도를 표명한 것일 수 있다.

핵과 미사일 문제를 차제에 정면 돌파하는 것이 대미관계 개선을 위해 현실적으로 나을 수도 있다는 판단을 내렸을 개연성이 있다. 그렇지 않다면 핵개발 사실을 끝까지 부인, 은폐하려 했을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 수준은 구체적 정보가 없어 판단하기 어려우나 아마 대규모로는 진행되지 않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제네바 합의를 무효화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일본…스즈키 노리유키(鈴木典幸) 라디오프레스 이사▼

북한이 핵개발 사실을 시인한 것은 미국이 지나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테러 국가의 이미지를 벗고 ‘보통 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당장 한 미 일 3국의 반발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한 미 일 3국은 그동안 북한의 핵 의혹을 제기해 왔지만 막상 북한이 인정하자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 같다. 북한에 대한 경계심도 더욱 높아졌다. 따라서 당분간 3국은 대북 강경노선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한 미 일이 북한과의 협의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동북아시아 안정과 평화라는 측면에서 위협을 방치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다만 북한이 원하는 대로 핵 포기의 대가를 제시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또 미국이 직접 협상에 나서기보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핵 관련 국제기관이 북한의 핵 폐기를 검증하는 방법도 있다.

▼중국…한전서(韓鎭涉) 중국 사회과학원 교수▼

북한이 핵무기 개발 계획을 시인한 의도는 분명치 않지만 단기적으로 한반도 정세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이 분명하다. 당장 북-일 수교 교섭과 북-미 대화에 부정적인 영향은 물론 남북 관계의 정체도 불가피할 것이다.

북한이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핵무기 개발 계획을 공개함에 따라 이 문제는 향후 북-미 관계를 가름할 결정적 변수로 떠올랐다. 북한과 미국은 새로 불거진 핵 문제를 놓고 1994년 제네바 핵 합의 때처럼 지루한 공방을 벌이겠지만 결국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될 것으로 본다. 양측 모두 파국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결국 핵 사찰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럴 경우 북-미 관계는 오히려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대량살상무기의 비확산을 지지한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다.

▼러시아…이반 사프란추크 국방정보센터 모스크바 사무소장▼

북한이 핵개발 사실을 인정한 것은 단기적으로는 한반도를 둘러싼 화해 분위기를 경색시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긍정적인 면이 많다.

미국의 최종 목표는 북한으로 하여금 핵이나 미사일의 개발 여부를 투명하게 밝히도록 한 후 이를 포기토록 하는 것이다. 이라크처럼 사실을 숨기면서 개발을 계속하는 것보다는 아예 북한처럼 시인하는 것이 미국을 더 안심시킬 수 있다. 북한이 이번에 핵개발을 인정한 이상 더 이상 개발을 계속하기 힘들 것이다. 북한은 의무와 약속을 위반했다고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겠지만 이를 계기로 국제사회 속으로 더 쉽게 편입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이번 사건을 그동안 ‘불량국가들’의 무기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감시가 허술했다는 증거로 제시하면서 이라크를 더 압박하는 근거로 사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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