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정부 일각에서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제8차 남북 장관급회담(19∼22일) 직전에 서둘러 북한의 새로운 핵 개발 프로그램 개발 사실을 공개한 배경에 의구심을 표시하는 등 한미간의 이견과 갈등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미측은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북한이 제네바 합의 등 모든 의무를 계속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는 한국 정부의 성명서 중 ‘계속’이란 단어를 문제삼았다. 미측은 “‘계속’(continuously)이란 표현을 쓰면 ‘북한이 지금까지 비핵화 의무를 잘 지켜왔다’는 뜻이 되지 않느냐”며 수정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영문본에서는 ‘계속’이 ‘fully’(철저히)로 수정됐다.
미측은 또 “미 특사 방북시 제기된 북한의 핵 개발 의혹에 관하여”라는 성명 구절 중 ‘의혹’이란 단어에 대해서도 “북한이 스스로 ‘핵 개발을 하고 있다’고 시인했는데 왜 굳이 ‘의혹’이란 표현을 쓰느냐”고 이의를 제기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예정대로 26일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발표됐다면 북한 핵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한 3국의 해법도 같이 제시될 수 있었다”며 미국이 발표를 앞당긴 데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이 관계자는 “미측이 ‘언론 보도 때문에 발표를 앞당기게 됐다’고 해명했지만 미국 내 대북 강경파가 핵 문제의 해결 없는 남북관계의 진전 등을 견제하려고 8차 남북장관급회담 직전에 흘린 것 같다는 의심이 정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 행정부는 외교경로를 통해 미측이 보안 약속을 어기고 먼저 북한이 핵 개발 프로그램을 시인한 사실을 공개하자고 요청한 데 대해 우리 정부에 ‘사과’의 뜻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