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장관은 이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 당국은 2주 전 북한측이 우라늄 농축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이는 핵무기 개발 등에 대한 협정을 파기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처음에는 핵무기 개발 사실을 부인했으나 나중에 이를 시인했다”며 “북한측의 시인으로 제네바합의는 파기됐다”고 밝혔다.
파월 장관은 “두 당사자가 하나의 협정을 맺은 뒤 한 쪽이 협정을 파기했다고 밝히면 그 협정은 파기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월 장관은 또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평양에 매년 지원하고 있는 50만t의 중유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는 뉴욕타임스 보도와 관련해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며 확실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파월 장관은 “중유 공급 중단 등에 대한 결정은 동맹국들과의 협의 아래 신중하고 현명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미 당국은 즉각적이고 경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동결하는 대신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키로 한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를 파기(scrap)하기로 결정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미 행정부 고위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19일 보도했다.
타임스는 백악관 내에서 제네바 합의 전면 파기에 따른 위험에 대한 오랜 논의가 있었다면서 “취임 때부터 제네바 합의에 대해 크게 회의적이었던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핵개발 시인이 제네바 합의가 결정적으로 잘못됐음을 입증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부시 대통령 측근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은 “제네바 합의 파기 결정의 즉각적이고 실제적인 효과는 미국이 북한에 제공하는 연간 50만t의 중유 공급의 중단”이라면서 “미국은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에 대해서도 북한에 현대적 핵발전소를 건설하는 수십억달러짜리 프로젝트(경수로 제공)를 종료 내지는 중단하도록 촉구할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19일 인터넷판에서 “북한은 앞으로 12개월 내에 연간 6개의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다”고 부시 행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제네바 합의 폐기에 관한 뉴욕타임스의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외교통상부 심윤조(沈允肇) 북미국장은 20일 “제네바 기본합의에 대한 미 정부의 공식입장은 제임스 켈리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밝혔듯이 현재로서는 어떠한 입장도 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일원인 미국도 KEDO 이사국들과 협의해야 하고 북한의 반응 등을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 단계에서 제네바 합의를 파기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