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우리는 94년 상반기의 대부분을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준비하며 보냈다"며 "북한은 당시 영변의 핵 시설에서 국제 사찰요원들을 추방하고, 수개월 안에 핵무기 6기를 제조하는 데 충분한 플루토늄의 추출로 이어질 작업을 시작했었다"고 회고했다.
미국은 이에 따라 정밀유도폭탄으로 영변의 시설을 공격할 세부계획을 준비했다. 이들은 "원자로의 노심(爐心) 용해로 인해 방사능 물질이 대기 중에 유출되는 일이 없이 영변 시설을 파괴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고 밝혔다. 만일 공격이 이루어졌다면 플루토늄은 땅 속에 묻히고 원자로의 연료를 핵폭탄 물질로 재처리하기 위해 설계된 인근 시설들은 초토화됐을 것이라는 것.
이들은 그러나 영변에 대한 공격은 북한의 남침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며 "우리의 전쟁 기획자들은 미군과 한국군이 서울 북쪽에서 북한군의 진격을 봉쇄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지만 방어를 위해선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이 발생했다면 "수천 명의 미군과 수만 명의 한국군이 전사하고 수백만 명의 피난민이 도로를 메웠겠지만 북한의 피해는 더욱 컸을 것"이라며 "이는 한국전쟁 이후 세계가 목격한 가장 강도 높은 전쟁이 됐었을 것"이라고 이들은 덧붙였다.
미국은 이 같은 전쟁의 위험을 충분히 알고 있었으나, 북한의 핵개발이 더 큰 위험을 초래하기 때문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전쟁을 감수할 준비를 했었다고 이들은 밝혔다.
미국은 또 영변의 핵시설 폐쇄문제를 놓고 북한과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영변을 공격할 병력을 배치하고, 북한의 남침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할 미군병력을 증강함으로써 무력사용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북한에 전달했다는 것.
페리 전 장관 등은 "오늘날에도 재래식 전쟁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위험하지만 북한의 새로운 핵개발 프로그램을 허용하는 것 보다는 덜 위험하다"고 지적한 뒤 "북한은 미국이 핵무기 개발을 용납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은 플로토늄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미국과 동맹국들은 시간을 갖고 전쟁을 피하면서 북한의 핵위협을 제거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