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장관급회담]정세현-김영남 회동 '核 해법' 원론만 되풀이

  • 입력 2002년 10월 21일 18시 52분


정세현 통일부장관(왼쪽) 등 제8차 장관급회담 남북 대표단이 21일 만수대창작사를 찾아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다. - 평양=공동취재단
정세현 통일부장관(왼쪽) 등 제8차 장관급회담 남북 대표단이 21일 만수대창작사를 찾아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다. - 평양=공동취재단
제8차 남북장관급회담 사흘째인 21일에도 북한은 핵개발 파문과 관련한 남측의 지속적인 문제제기에 대해 종전 입장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다만 이날 오전 북한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남측 수석대표인 정세현(丁世鉉) 통일부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우리도 최근 사태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해 북한이 뭔가 ‘태도표명’을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남측의 한 회담 관계자는 “물론 김 상임위원장이 이날 ‘미국이 먼저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이라는 식으로 북한이 그동안 해온 주장을 되풀이하긴 했지만 북한 당국도 내부적으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이어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상기시키며 정 장관에게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안부를 물었고 정 장관은 “매우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면담은 당초 예정에 없었으나 전날 밤 북측이 남측 대표단에게 “내일 오전 만수대의사당에서 우리측(북측) 고위인사와 면담할 것”이라고 전격적으로 통보하면서 이뤄졌다. 숙소인 고려호텔에서 만수대의사당까지 이동시간을 포함해 모두 30분이었던 면담시간이 1시간25분으로 늘어나자 대표단과 취재기자단 사이에서는 한때 ‘뭔가 중요한 얘기가 오가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대두하기도 했다.

○…북한 평양방송은 이날 낮 제네바 기본합의 8주년에 즈음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에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평양방송은 “우리 공화국은 지금까지 제네바 합의문에서 우리가 해야할 바를 100% 이상 충실히 이행해 왔으나 미국은 합의문이 채택된 지 8년이 되는 오늘까지 아직도 출발선에서 맴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또 “그런 처지에서 미국이 종착점에서 제기해야 할 핵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평양방송은 또 미국 언론의 기사를 인용하며 “레이건 이래 미국 대통령들은 외교적 흥정을 훌륭히 구사해왔다. 부시 대통령도 선임자들로부터 교훈을 찾고 그들처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향해 ‘힘이 아닌 협상전략’을 구사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평양방송 보도는 17일 북한 핵개발 파문이 불거진 뒤 첫 번째 나온 북한 언론 보도이기는 하지만 종전 입장을 그대로 읊은 수준에 불과해 북한의 공식 입장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평양〓공동취재단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