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후보 정치개혁구상 ＂고위공직자 재산신고때 취득과정…＂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22일 기자회견을 갖고 정치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 박경모기자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22일 기자회견을 갖고 정치개혁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

노 후보는 이날 이번 정기국회 회기 중에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11개 법률 개정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뒤 “지금이 관련법 개정의 가장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노 후보의 정치개혁안은 그동안 정치권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정치개혁의 핵심적 내용들을 집대성한 것. 실제 한시적 특검제 실시나 인사청문회 대상 확대, 정치자금법 개정 등은 각 정당이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해 왔던 내용들이다. 다만 노 후보측은 ‘말이 아닌 실천’을 위해 정기국회 회기내 관련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노 후보가 제시한 구상 중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고위 공직자의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소명을 의무화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국무위원급 이상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이 재산등록을 할 때 최초 소득원까지 취득 경위를 포함한 재산형성 과정에 대해 소명자료를 제출토록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 대상자 범위를 재산변동과 관련된 모든 사람으로 확대하는 등 조사권을 강화했다.

10년 전 김영삼(金泳三) 정부 초기 재산공개제도를 도입하자 재산총액만 공개했는데도 수많은 정치인과 고위 관료들이 물러났던 점을 고려할 때 이 법안이 마련되면 그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노 후보 선대위 국민참여운동본부 본부장인 정동영(鄭東泳) 의원도 “‘정치혁명법’이라 할 수 있으며 정치인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 않아 입법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노 후보는 또 권력사유화 및 권력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국정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금융감독위원장 등 소위 ‘빅5’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를 제의했다. 또 공직사회와 정치권 부패척결을 위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특검제 한시적(5년) 상설화, 100만원 이상 후원금 기부시 수표사용 의무화 등도 주장했다.

노 후보는 특히 돈 안 드는 깨끗하고 투명한 선거제도의 정착을 위해 선관위가 제안한 선거공영제 확대와 미디어 및 인터넷 선거 활성화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선관위가 제출한 법안을 손질해 통과시키지 않으면 올 대선도 결국 돈선거, 조직선거, 동원선거 등으로 치러져 국민의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개혁은 ‘선거운동 방법’이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후보가 주장한 정치개혁법안 골자
정치개혁법안	핵심골자(개정안)
인사청문회법 등 6개 법안	국정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금감위원장 인사청문회 대상 포함
검찰청법	외부인사 과반수 참여하는 검찰인사위 구성
특별검사제법	특검제의 한시적(5년) 상설화
정치자금법	선관위 신고한 예금계좌 통해서만 후원금관리
공직자윤리법	공직자 재산형성과정 소명 및 재산등록상황 실질조사권 부여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