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재·보선 참패 이후 후보단일화와 탈당 문제를 둘러싸고 사분오열의 양상을 보여온 민주당이 ‘노무현(盧武鉉) 후보 중심’으로 다시 재편되는 분위기다.
17일 김민석(金民錫) 전 의원의 탈당을 계기로 당 안팎에서 노 후보에 대한 동정론이 확산되기 시작한 데다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과의 후보단일화를 추진해 온 후단협의 행보가 지지부진하면서 관망-중도파 의원들이 속속 노 후보쪽으로 ‘U턴’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노 후보와 후보단일화파 사이에서 애매한 행보를 보여온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사실상 ‘노 후보 지지’쪽으로 결심을 굳히면서 이 같은 흐름은 한층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한 대표는 23일 선대위 출범 후 처음 당사 8층 후보 사무실로 찾아가 노 후보와 청와대 ‘6자 회동’ 문제를 숙의하면서 “함께 힘을 합쳐서 나아가야 한다”며 지지의사를 밝혔다는 게 당 핵심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에 앞서 한 대표 계보소속 의원 모임인 한미정책포럼 멤버들도 22일 ‘노 후보에 대한 무조건 지지’를 결의했다.
노 후보와 정 의원에게 “이달 말까지 후보단일화를 위한 경선 수용여부를 밝히라”고 요구하며 중립적 위치를 고수했던 김근태(金槿泰) 의원도 내달 초 노 후보쪽에 합류할 전망이다. 김 의원은 정 의원이 23일 대북 핵 특별사찰 및 경수로 건설과 중유지원 중단을 주장한데 대해 ‘냉전적 발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정대철(鄭大哲) 선대위원장은 “각종 당 안팎의 조사 결과 노 후보 지지율이 20%선을 넘어서 이회창(李會昌) 후보 및 정 의원과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중도파나 탈당파로 간주돼 온 일부 의원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22일 노 후보의 정치개혁구상 기자회견에는 평소 볼 수 없던 관망파 의원 5, 6명이 배석해 눈길을 끌었다.
탈당파로 분류돼온 남궁석(南宮晳) 의원은 23일 개인성명을 내고 “본인은 당에 남아 영광과 고난을 함께할 것”이라며 잔류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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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반대로 후단협의 활동은 지지부진하다. 최명헌(崔明憲) 공동회장은 23일 기자들과 만나 “정 의원측에서 오늘 중대발표가 있을 것이다. 경선을 받아들인다는 내용인 것 같다”고 말해 기자들이 확인하는 소동을 빚었으나 정 의원측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문제는 노 후보가 11월 중순까지 과연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인가의 여부. 노 후보가 지지율 제고에 실패할 경우 노 후보 체제는 다시 후보단일화 압력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