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일부의원 국회서 北옹호론 제기

  • 입력 2002년 10월 23일 23시 46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23일 국회 예산결산위와 통일외교통상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북한핵 해결법과 장관급회담의 성과, 국가정보원의 국가기관 도청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북한핵 옹호론 등장〓예결위에서 민주당 송석찬(宋錫贊) 송영길(宋永吉) 의원은 북한의 핵개발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여선 안 된다며 옹호론을 폈다. 송석찬 의원은 “북한이 핵개발 사실을 시인한 것은 이 문제를 공론화한 뒤 대화로 해결하자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계획에 불과한 핵개발을 놓고 북한을 몰아세우면 곤란하다”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동포들이 식량난으로 죽어갈 때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사람들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미국의 비위를 맞추고, 미국의 주장에 일방적으로 동조하는 발언을 해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영길 의원은 “북한이 먹고 살 방법은 미사일 판매밖에 없는 만큼 다른 해결책을 제시하며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미국이 3년 전 입수한 핵개발 정보를 이 시점에서 공개한 것은 북-일(北-日) 관계 정상화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라는 의혹이 있다”며 미국의 음모론도 제기했다.

그러나 법사위에서 민주당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북한은 비밀 핵개발 사실을 고백함으로써 남북간 신뢰를 깼다. 법무부장관이 대통령에게 6·15 공동성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를 할 용의가 있느냐”며 다른 민주당 의원과는 다른 주장을 했다.

▽장관급회담 성과 논란〓통일외교통상위는 정세현(丁世鉉) 통일부장관을 출석시켜 제8차 남북장관급회담 결과를 보고받고 회담의 성과를 추궁했다.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의원은 “북한이 엄청난 일을 저질러놓고도 ‘핵’이라는 단어를 안 쓰겠다고 하다 이를 보도문에 넣어준 것을 감지덕지하는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맹형규(孟亨奎) 의원은 “남북정상회담 전에 대통령이 북한의 핵개발 사실을 알고도 정상회담에서 논의하지 않았다면 국민의 생존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추미애(秋美愛) 의원은 “이번 보도문을 통해 북한을 면책해줬다는 지적에 일리가 있다”면서 “북한이 음성적으로 핵개발을 하는 것을 차단한다는 목표가 달성됐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정 장관은 답변에서 “핵 사태가 상당기간 소요될 것인 만큼 남북관계를 단절하는 것은 현명치 못하며 북한에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기관 도청〓법사위에서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함승희 의원은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이 국가정보원이 검찰 청와대 등을 도청한 자료를 자꾸 내놓고 있는데, 일부 맞는 것도 있다”며 국정원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함 의원은 “국정원이기 때문에 감사원도 검찰도 모르겠다고 한다면 이 나라에 정의가 있는 것이냐”고 추궁했다.

예결위에서 민주당 정장선(鄭長善) 의원은 “야당 의원(정형근 의원)이 연일 도청자료를 폭로하니 국가기강이 엉망”이라며 “나도 불안해서 전화를 못하겠다”고 말했다. 박주선(朴柱宣) 의원은 김정길(金正吉)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도청 사실을 폭로했고, 당사자도 통화사실을 시인했으면 검찰은 당연히 불법 도청 여부를 수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나 법무부 김각영(金珏泳) 차관은 답변에서 “도청이 있었는지 자체를 파악하지 못했지만, 도청 사실이 확인되면 수사에 착수하겠다”며 원론적으로 답변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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