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29, 30일 이틀 동안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리는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이 북한 핵개발 문제로 난항을 겪을 경우 수교 교섭이 중단돼 납치문제도 해결이 어려워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도 보인다.
이에 대해 현재로서는 북한이 크게 반발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북한 외무성 아시아국 박용연(朴龍淵) 부국장은 이미 23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피랍자와 가족의 일본 영구귀국에 대해 “보증할 용의가 있다”며 더 이상 피랍자의 영구귀국이나 일본 체류기간 연장 등을 문제삼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본 정부가 이날 피랍자 귀환 불가방침을 공식 발표한 것도 피랍자 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이미 북한측과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일본 정부의 이날 발표에 대해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더 이상 납치 문제에 연연하지 않고 북-일 국교정상화를 진전시키는 데 힘을 쏟겠다는 입장을 여러 번 강조해 왔다.
특히 핵개발 문제로 국제적 비난을 받고 궁지에 처해 있기 때문에 납치 문제를 빨리 털어 버리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으려는 유화자세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북한이 일본의 피랍자 귀환불가 방침을 수용하고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까지 일본으로의 귀국을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북-일 대화는 또다시 핵개발 문제라는 더 큰 현안이 남아 있어 그리 쉽게 진전될 것 같지는 않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