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북한은 이 담화를 통해 사실상 불가침조약과 핵문제 해결을 일괄타결하자고 제안한 것이어서 한미일 3국의 조율 결과가 주목된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지금 미국과 일부 추종세력들은 우리가 무장을 놓은 다음에 협상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며 “이것은 매우 비정상적인 논리다. 우리가 벌거벗고 무엇을 가지고 대한단 말인가”라고 미국측의 ‘선핵 포기’요구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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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 “北 담화문 논리 허점” |
외무성 대변인은 이어 “조선반도에 조성된 엄중한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 우리는 조(북)-미 사이에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는 것이 핵문제 해결의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방도로 본다”며 “미국이 불가침을 법적으로 확약한다면 우리도 미국의 안보상 우려를 해소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 관영 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을 통해 보도된 이날 담화는 17일 한미 양국정부가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 시인 사실을 발표한지 8일만에 나온 첫 공식반응이다.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는 미국 대통령특사에게 미국의 가중되는 핵 압살 위협에 대처하여 우리가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핵무기는 물론 그보다 더한 것도 가지게 되어 있다는 것을 명백히 말해주었다”고 핵개발 프로그램 시인의 배경을 밝혔다.
그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협상의 방법도 있을 수 있고 억제력의 방법도 있을 수 있으나 우리는 될수록 전자(前者)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무성 대변인은 이어 1994년 체결한 제네바 기본합의의 각 조항을 일일이 거론하며 “결국 미국이 준수한 것은 단 하나도 없다”며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우리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핵선제 공격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조-미 공동성명과 조-미 기본합의문을 완전히 무효화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교통상부 석동연(石東演) 대변인은 이에 대해 논평을 내고 “북한이 핵개발 계획의 실체에 대해 보다 명확히 밝히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이 문제에 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조속히 해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멕시코 로스카보스를 방문중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한 측근은 “북한이 제안한 불가침협정은 종전의 평화협정 요구에서 한 걸음 물러선 것으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미국 국무부의 고위관리는 북한이 북-미간 불가침 조약체결을 제의하고 나선 데 대해 “금명간 (그 문제에 대해) 회답할 의향이 없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25일 전했다.
멕시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현지에 머물고 있는 이 관리는 더 이상 언급을 피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북측의 제의에 대해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진의 파악에 애를 썼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제안에 대해 “진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의 주요 신문들은 서울발로 비교적 비중 있게 다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북한의 제안은 핵카드를 이용해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해소 및 김정일 체제의 존속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이번 제안은 북-미 대화를 서둘러 추진하기 위한 북한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나 핵무기 개발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
이 관계자는 “평화협정은 정전협정체제의 기본틀을 바꿔야 하는 문제여서 쉽게 손댈 수 없는 데다 북-미관계 정상화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난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며 “그러나 불가침조약은 그런 문제들과 무관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로스카보스(멕시코)〓윤승모기자 ysmo@donga.com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