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 정상회담]경수로사업 중단-지속 조율 난항예상

  • 입력 2002년 10월 25일 18시 51분


최성홍 외교통상부 장관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양국 외무장관 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로스카보스AP연합
최성홍 외교통상부 장관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양국 외무장관 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로스카보스AP연합
27일 새벽(한국시간)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개최될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나온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는 3국 정상간의 협의에 갈등의 씨앗을 심어놓은 셈이 됐다. 북한이 ‘시인도 부인하지도 않는’ 특유한 어법을 구사함에 따라 한미일 3국이 제각기 북한의 의도를 편의적으로 해석할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은 북한 외무성 담화가 ‘선(先) 핵포기’를 요구해 온 자국의 입장과 배치된다고 판단할 공산이 크다. 이로 인해 미국의 대북 입장은 더 강경해지는 반면 대화를 통해 핵 파문을 수습하자고 주장해 온 우리 정부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우리 정부 관계자들의 우려다.

특히 미국은 담화에서 북한이 제네바합의 파기 책임을 미국측에 전가한 것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한층 굳힐 것으로 보인다. 발등의 불인 이라크 문제 때문에 당장 북한 핵문제를 깊이 파고들지는 않겠지만 북한이 추가적인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을 경우 관련국들이 해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북한 핵문제의 해결방안이 강경기류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우리 정부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북한이 핵문제를 비롯한 모든 문제를 미국과 협상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25일 새벽 현지에서 열린 한미 외무장관 회담은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실제 최성홍(崔成泓) 외교통상부 장관과 콜린 파월 미 외무장관은 ‘북핵 사태의 평화적 해결’이란 총론에는 합의했으나 ‘북한의 핵개발 시인 의도’와 ‘제네바합의의 무효화 여부’에 대해선 커다란 인식차를 보였다.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의 ‘평화적 해결’이란 말에 너무 현혹돼선 안 된다. ‘평화’라는 것은 군사적 수단을 제외한 경제 제재까지 포함하는 것이다”며 “우리가 주장하는 대화를 통한 해결과 미국의 평화적 해결은 분명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제네바합의의 이행을 위한 경수로사업 및 중유 제공의 지속 여부에 대해서도 3국간의 입장 조율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은 북한이 핵 폐기를 거부함에 따라 중유 제공을 중단하고 한국 일본 등에는 경수로 사업의 일시 중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할 것이 예견된다.

이에 반해 우리 정부는 제네바합의를 수정 내지 보완하면서 중유 제공과 경수로사업은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북-일 수교협상을 추진해야 하는 일본은 중도적 자세를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3국 정상은 제네바합의 무효화 여부 등에 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하되 그 결과는 공표하지 않고 대신 “평화적 해결을 모색한다”는 두루뭉술한 표현의 공동성명을 통해 시각차와 갈등을 봉합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미국측이 강력히 요구하는 북한 핵개발 프로그램의 폐기 문제는 주요 합의사항으로 반영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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