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예정됐던 축구대회 참석까지 취소하고 회견을 자청한 정 의원은 “자기가 일하던 회사의 문제를…”이라며 이 전 회장에 대한 배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세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이익치 같은 놈들”이라고 흥분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 당시 고문으로 있던 현대중공업에서 1800억원이라는 거액이 움직이는데 몰랐나.
“나는 고문으로서 대표이사 사장의 결정을 도왔을 뿐이다. 불법적으로 간여하거나 개인의 이익을 위해 무슨 짓을 한다는 것은 생각한 적이 없다.”
-이 전 회장은 당시 현대중공업의 인사·재정권을 정 의원이 갖고 있었기 때문에 정 의원의 동의 없이는 돈이 움직일 수 없다고 했다.
“그 사건은 현대증권 내부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 전 회장이 단독으로 불법 행동을 한 것이다. 그래서 현대증권에서 정식으로 그를 배임죄로 고소한 것이다.”
-1800억원이 움직인 것을 몰랐다면 현대중공업 고문으로서 금융 거래에 대한 자문에 응했나.
“현대중공업이 건실하다 보니 여러 회사들이 현대중공업 자금을 많이 유용했던 것 같다. 그런 일을 막지 못했던 것은 내 불찰이다. 하지만 회사가 아무런 재정상의 손실이 없었기 때문에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실무적으로 판단해서 그런 것 아니냐. 대표이사 사장할 때도 금융 거래에 대해 아무리 큰 것이라도 별 걱정 없이 (실무선에서) 처리했다.”
-이 전 회장의 발언 배경이 뭐라고 보나.
“내가 아무런 의도나 혐의가 없는데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대한민국은 이익치라는 사람의 말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
-이 전 회장은 형님인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의 측근 아닌가.
“형이 그의 판단을 많이 따랐는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설득력 있게 말을 못한 것은 내 실수였다. 이 전 회장은 여러 모로 특이한 사람이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