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 양성화 등 '선심법안' 줄줄이 통과-대기

  • 입력 2002년 10월 30일 18시 18분


정치권이 연말 대통령선거의 표를 의식해 재원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심성 법안을 의원입법 형태로 밀어붙이는 바람에 예산을 적소에 배정하지 못하게 될 뿐 아니라 국민부담이 늘어나게 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집단이기주의에 밀려 불법을 정당화해 주는 법안 개정을 추진하는가 하면 이익단체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린 법안들은 당사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처리를 미루고 있어 형평성 논란도 빚어지고 있다.

국회 건설교통위원회는 30일 전체회의를 열어 옥탑 물탱크 등을 방으로 구조변경해 위법 시공한 건축물(일명 옥탑방)을 한시적으로 구제하는 내용의 ‘특정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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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탑방 슬그머니 대형건물까지 허용

양성화 대상은 2000년 12월 31일까지 완공했으나 사용승인을 받지 못한 무허가 주택으로 단독주택의 경우 연면적 50평 이하, 다가구 및 다세대 주택의 경우 가구당 전용면적 25.7평 이하다. 이 법안은 무허가 불법 옥탑방을 합법화해 주는 특단의 조치로 부유층이 밀집된 서울 강남과 경기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등지의 불법 건축물까지 혜택을 받게 돼 당초 취지인 서민대책과는 동떨어진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농림해양수산위는 농어촌 가구의 빚 이자를 대폭 경감하는 ‘농어업인 부채 경감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 법률안’을 11월 1일 처리키로 했다. 이 법안은 선거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해 온 농어민 부채 경감 조치로 이자율을 2∼5%까지 대폭 낮춰주는 데 따른 재원 확보 문제 때문에 기획예산처는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국방위는 31일 퇴직 군인들의 연금을 올려 주는 ‘군인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기획예산처는 군인연금을 인상하는 내용의 이 법안이 통과되면 비슷한 성격의 공무원연금 사학교원연금 등도 형평성 차원에서 함께 올려줘야 할 뿐 아니라 국민연금도 연금 인상률을 조정해야 해 연금 재정 고갈을 부추기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재경위 소위에서는 공적자금이 2조원 이상 들어간 신용협동조합에 대해 내년부터 부과되는 공적자금 분담금을 면제해 줘야 한다는 의원들의 요구 때문에 재정경제부가 곤욕을 치렀다.

이 밖에 정무위에서는 참전 용사 등 국가유공자의 연령제한을 완전히 철폐하는 것을 뼈대로 한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재경위에는 ‘연안화물선 면세유 공급 법안’과 ‘경제특구법 제정안’ 등 선심성 법안이 줄줄이 상정돼 있다.

반면 문화관광위는 30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생활체육협의회를 임의단체에서 특수법인으로 인정하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대한체육회가 반발한다는 이유로 보류시켰다. 대한체육회는 이 법이 개정되면 생활체육협의회가 국고지원으로 독자사업을 벌일 수 있기 때문에 체육계가 양분된다며 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교육위도 ‘국립 사범대 졸업자 중 교원 미임용자 채용에 관한 특별법’과 ‘유아교육법 제정안’을 놓고 이해 당사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법안 심사를 미루고 있다.

기획예산처 고위 관계자는 “선심성 법안들이 의원입법 형태로 물밀듯이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예산 삭감은커녕 방만한 증액 요구로 재정 부실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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