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본보가 단독 입수한 현대전자 영국법인의 2001년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5월 매각된 영국 스코틀랜드 현지 반도체공장(HES) 매각대금 1억6200만달러 중 1억달러(약 1259억원)가 현대전자 미국 법인과 일본 법인으로 쪼개어져 송금됐으며 이 돈은 다시 영국현지법인을 통해 두바이 소재 페이퍼컴퍼니로 보내진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제까지 알려진 것과는 달리 두바이 소재 페이퍼컴퍼니 ‘현대 알카파지(HAKC)’는 최소 1년 이상 존속하였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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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외국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자금을 보낸 후 청산하는 것은 전형적인 자금세탁방식이다. 시점도 ‘현대상선 4000억원 대북송금설’이 제기되고 있는 6월 초보다 보름 정도 앞선 것으로 나타나 대북송금에 하이닉스가 개입됐다는 의혹이 강하게 일었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현대전자 영국법인 회계감사 결과 2000년에 총 1억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이 특별 항목(Eceptional Case)으로 분류돼 결손처리됐고 이 금액은 미국법인에 8000만 달러, 일본 법인에 2000만달러로 나누어져 송금된 뒤 다시 두바이의 현대 알카파지 건설에 보내졌다”고 밝히고 있다.
보고서는 또 알카파지는 2001년 9월 청산됐다고 덧붙이고 있다.
하이닉스는 이 같은 자금이체 사실 및 사용처를 주채권은행에 숨겼고 현대건설도 페이퍼컴퍼니 설립 및 차입사실을 감사보고서에 누락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하이닉스는 재무제표에 1억달러를 단기대여금으로 표시한 뒤 2000년 결산 때 회수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전액 손실처리했다.
S회계법인 관계자는 “불과 7개월만에 단기대여금을 손실처리한 것은 당시 경영진이 회수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을 알고도 돈을 빌려줬다는 뜻이어서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관계자는 “하이닉스 자금이 현대건설로 넘어간 것은 2001년 4월 감사보고서가 나온 뒤에야 알았다”며 “자금사용처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으나 끝까지 답변을 주지 않아 지금까지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북송금설의 진상은 현대상선뿐만 아니라 건설 전자 등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의 자금 흐름까지 파악해야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대전자 영국법인 회계보고서를 감사한 곳은 세계적 회계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였으며 당시 영국 현지법인 책임자 황모씨는 2001년 사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용기 기자 ykim@donga.com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