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국회 522호 소회의실. 국회 예결위 관계자들이 ‘골방’으로 부르는 20평 규모의 회의실에는 30여개 자리 중 취재기자석, 시민단체석이란 팻말이 붙은 의자 4개를 제외한 나머지 자리를 기획예산처 공무원들이 차지했다.
홍재형(洪在馨) 계수조정소위 위원장은 회의시작 1시간 만에 비공개 원칙을 선언했다. 회의내용도 속기록 대신 ‘요지’만 공개한다고 덧붙였다. 경실련 이윤정(李允貞) 간사 등 시민단체 회원들은 “비공개 회의는 국회법 정신을 위반한 것이다”고 항의했지만 “관행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만 듣고 무기력하게 쫓겨났다.
홍 위원장은 회의 첫머리에 의원들에게 배포한 예결위의 불합리한 운영을 지적한 본보 4일자 기사를 포함한 스크랩철(綴)을 가리키며 “예산 심의에 대한 여론이 매우 비판적인 만큼 대국적 차원에서 심의해 달라”고 주문했지만 정작 ‘밀실 진행’ 회의 방법은 바뀌지 않았다.
게다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간사는 계수조정소위 일정을 3일(4∼6일)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평소 4, 5일간 진행하던 계수조정소위 회의를 단축한 만큼 졸속심의는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이날 예결위 소속이 아닌 민주당 중진 A의원은 예결위원장 방에 나타나 광주광역시 간부로부터 “동(東)광주 지역 고속도로 진입로 예산증액이 절실하다”며 민원성 설명을 들었다. 그 간부는 “한나라당 소속 B의원이 ‘경주∼언양’간 도로확장공사 예산을 끼워넣으려 하고 있다”며 “B의원 제안이 통과되면 반드시 광주 사업도 승인해 주도록 요청해 달라”고 A의원을 설득했다.
중부권 출신 계수조정소위 위원인 C의원의 자리에는 산업자원부가 보낸 “테크노파크 조성사업 예산이 600억원 가운데 300억원이 삭감됐다. C의원 지역구에 들어설 시설물 예산도 삭감됐으니 되살려달라”는 내용의 문서가 놓여 있었다.
이날 오전 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이윤수(李允洙) 의원은 같은 당 D의원에게 “급히 전화바람”이란 쪽지를 넣었다. 회의장 주변에선 “111조원대 예산을 최종심의하는 의원의 마음이 ‘콩밭(탈탕 결정 여부)’에 가 있으니 심의가 제대로 될 리 없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이날 오후 1시반 오전회의를 마친 소위는 오후 4시가 돼서야 속개됐다. 한 소위 위원의 후원회가 오후 3시부터 국회 내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예결위 소속 의원의 후원회는 예산심의 시즌에 집중적으로 열린다”고 설명했다.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