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는 주말까지만 해도 ‘서울지검 피의자 폭행 사망사건’으로 김 장관과 이 총장을 문책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 많았다.
민주와 인권을 내세워 온 청와대가 이번과 같은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이처럼 신중한 반응을 보였던 가장 큰 이유는 후임 인선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솔직한 말이다.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인선은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의 공정관리 여부와 직결되는 문제다. 그러나 각 대선후보 진영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모두에게 환영받을 인사를 하기란 쉽지 않다. 후보 중 한 명이라도 인선 결과에 반발하면 공정하게 대선을 치렀다는 평가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같은 분위기 때문에 청와대가 선택할 수 있는 인물의 폭은 극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한 관계자는 “적합한 인물을 고르는 것도 문제지만 임기말이다 보니 장관직을 제의해도 고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중에서도 검찰총장 인선은 더욱 힘들다. 검찰총장은 2년 임기가 보장되어 있어 어떤 식으로든 차기 대통령 당선자와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임명되는 총장은 정권이 바뀐 뒤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임명한 정부 따로, 함께 일하는 정부 따로’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이 점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총장 인선 과정에서 각 후보측과 ‘물밑 교감’을 할지, 한다면 어떤 식으로 할지가 주목된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