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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에서 각 정당 정책개발 담당자들은 대기업 정책과 기업구조조정 방향, 정부재정 건전화 대책 등 핵심 현안을 놓고 뚜렷한 시각차를 보였다.
▽대기업 정책〓한나라당은 대기업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데 비중을 둔 반면 민주당과 국민통합21은 재벌개혁의 고삐를 더 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임태희(任太熙) 제2정조위원장은 “출자총액제한조치 등 재벌 규제를 푸는 대신 재벌이 자발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도록 하면 금융기관을 재벌의 사금고화하는 등의 부작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김효석(金孝錫) 제2정조위원장은 “정권 말기가 되면서 현 정부의 재벌정책이 느슨해지고 있다”며 “증권 집단소송제도를 서둘러 도입하고 사외이사 제도도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통합21 전성철(全聖喆) 정책위의장은 “우리 당은 알려진 것과 달리 재벌개혁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믿는 정당”이라며 ‘모든 재벌들이 다 반대하는’ 집단소송제 도입 공약이 그 증거라고 주장했다. 민노당의 장상환(蔣尙煥) 정책위원장은 “노동자의 경영참여 폭을 넓혀 재벌총수들이 경영을 독점하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 구조조정〓각당이 구조조정의 청사진을 제시했으나 구체적인 방법론은 달랐다.
한나라당 임 위원장은 “집권 후 1년 안에 신용협동조합과 하이닉스반도체 등 현안 문제들에 대해 처리원칙을 내놓고 부실기업 처리와 관련된 법률을 통합해 시장원리에 따라 퇴출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김 위원장은 “대우자동차 처리 등 굵직굵직한 현안 처리과정에서 정치적인 고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사적(私的) 화의나 워크아웃 등을 통해 자율 구조조정을 우선 추진하고 그래도 안되면 법에 따라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통합21의 전 위원장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같은 회사는 계열사가 600개나 돼도 문어발식 확장을 비난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며 “지배구조만 잘 돼 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노당 장 위원장은 “공공성이 높은 공기업과 은행 경영에 정부와 노동자 시민이 함께 참여토록 할 것”이라며 공기업 민영화에 반대했다.
▽재정 건전화 대책〓한나라당 임 위원장은 “지난 5년 동안 나라 살림살이가 아주 나빠졌다”며 “공적자금을 갚기 위해 세금을 올리기보다 재정개혁을 통해 불필요한 예산이 낭비되는 것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김 위원장은 “연 7% 경제성장을 하면 공적자금 상환이 수월해질 것”이라며 “해마다 예산에서 쓰고 남은 돈(세계잉여금) 중 30%를 공적자금 상환에 우선 쓰기로 한나라당과 합의했다”고 말했다.
국민통합21의 전 위원장은 “주식투자자가 늘어나면 법인세 폐지여부를 검토하고 부가가치세 경감 문제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며 감세 정책을 주장했다. 또 민노당의 장 위원장은 “부자 10만명에게 부유세를 거두면 11조원의 세수를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과학 분야 정책토론회에서 드러난 각 정당의 정책 | ||||
  | 한나라당 | 민주당 | 국민통합21 | 민주노동당 |
경제발전 핵심전략 | IT 등 첨단산업과 전통산업 접목해 비교우위 확보 | 경제정의 확립, 기업 투명성 확보 | 서비스산업 비중 확대 | 노동자의 기업경영 참여 확대 |
재벌정책 | 정경유착 근절, 지배구조 개선 |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배제 | 국제적 기준에 따른 재벌개혁 | 노동자의 소유지분 확대 |
기업 구조조정 | 구조조정 통합법 마련해 단기간 마무리 | 구조조정촉진법을 통한 신속 처리, 구 경영진의 구조조정 참여 허용 | 기업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 공기업과 은행의 민영화 반대 |
재정건전화 방안 | 과세기반 확대, 재정개혁을 통한 공적자금 상환재원 마련 | 공적자금 상환에 세계잉여금 활용해 20년 이내 해결 | 세율 낮추고 세원 확대, 부가가치세 경감 검토 | 국가재정비율 대폭 올려 사회보장 확대, 부유세 신설 |
벤처정책 | 기술과 자본 연결하는 컨설팅 강화, 법인세 지원 | 부정적 측면만 보기보다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 필요 | 전자상거래에 대해 한시적인 부가세 축소 감면 | 대기업들이 벤처를 자회사로 만드는 것은 문제 |
이공계 기피현상 해소책 | 기초과학과 원천기술 분야에 예산 집중 지원 | 과학기술 예산 배분방식 효율화 | 기술고시 배출인력 확대, 기술자 우대 | 과학기술자의 생활안정 보장 |
농산물개방 대책 | 쌀 관세화 유예 및 농민소득 보전책 마련 | 농민소득 보전 법제화 | 농촌자녀 유학 프로그램으로 자체 경쟁력 확보 | 농민소득 보전을 위해 농업예산 3조원 증액 |
주택 문제 | 2003년부터 5년간 임대주택 90만호 건설 | 주택가격 과다지역 보유세 인상해 집값안정 | 5년간 주택 250만호 건설 | 주택정책 공공성 강화, 영세민에 주거비 지원 |
지역균형개발 | 장기적으로 전국을 경제특구화, 국내기업의 역차별 해소 | 단계적으로 특구지역 확대 | 획기적인 지방자치제 실시 | 대기업 본사 지방이전, 우수대학 통폐합 |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사회현안 해결책은▼
각 당은 토론회에서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주택문제와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해 나름대로의 처방전을 제시했다.
▽주택문제〓임대주택 건설과 과세 강화, 주거비 지원 등 다양한 해법이 나왔다.
한나라당 임태희 위원장은 “도시외곽의 한계농지와 구릉지, 그린벨트 해제지역 중에서 생활여건과 교통시설이 좋은 국공유지를 택지로 전환, 2003년부터 5년간 임대주택 90만호를 건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효석 위원장은 “공공 임대주택을 늘려 싼 값에 입주토록 하는 것이 근본 해결책이겠지만, 우선 같은 평수라도 집값이 지방에 비해 턱없이 높은 강남 등 일부지역의 보유세를 높여 집값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통합21 전성철 의장은 5년간 주택 250만호 건설을 약속했다. 그는 노태우(盧泰愚) 대통령 시절 200만호 건설의 문제점을 의식한 듯 “그때는 한꺼번에 지으려 해서 문제가 됐으나 우린 순차적으로 짓겠다”고 덧붙였다.
민노당 장상환 위원장은 영세민에게 주거비를 직접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또 “주택공사와 국민주택기금의 역할을 국민·임대주택 건설에 집중시킴으로써 주택정책의 공공성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이공계 기피 현상 타개책〓한나라당 임 위원장은 “민간이 할 수 없는 기초과학과 원천기술 분야에 예산을 집중 지원, 이 분야 인력을 육성하면 이공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 과학기술 투자액은 예산의 3%로 선진국에 비해 적지 않은데도 성과가 적은 것은 예산 배분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효율적 예산관리를 위한 혁신적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통합21 전 의장은 “기술고시와 행정고시 정원 비율이 일본은 1 대 1인데 우리는 1 대 6이나 될 만큼 기술경시풍조가 심각하다”며 “이를 1 대 2로 바꾸고 기술자에 대한 대우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민노당 장 위원장은 현 정부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과학기술자의 생활안정을 소홀히 해 이공계 기피현상이 생겼다고 진단한 뒤 ‘합당한 대우책’ 마련을 공약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쌀시장 개방 어떻게▼
쌀 시장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데는 각 정당의 생각이 같았다. 그러면서도 한나라당과 민노당은 ‘유예’ 쪽에 무게를 뒀고, 민주당과 국민통합21은 ‘보전책 마련’을 강조했다.
한나라당 임태희 위원장은 “쌀 시장 개방은 불가피하지만 과거에 쿼터량을 늘리면서 관세화를 유예한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유예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농민들의 소득보전책과 농촌, 농업, 농민 정책을 세분화한 구조조정도 잊지 않았다.
민노당 장상환 위원장도 “쌀 시장 개방을 유예하고 정부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농업분야에 대한 예산을 3조원 늘려 농민의 소득을 보전하고 협동조합을 강화해 농민이 유통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김효석 위원장은 “시장 개방은 국부의 증대를 가져오지만 국내 산업간 부의 이전 현상도 발생시킨다”며 “시장 개방으로 혜택을 받는 산업이 피해를 보는 산업을 지원하고 국가가 농민에게 피해금액을 보상하는 내용의 입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국민통합21 전성철 정책위의장은 “우리의 쌀 경쟁력은 이미 가격에서 결정이 난 만큼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농촌자녀의 해외유학을 지원해 그들이 선진영농기술을 배워와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