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에 듣는다]한반도 평화-안보 강연회

  • 입력 2002년 11월 5일 19시 04분


재향군인회 대강당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안보강연회에서 참석자가 후보의 정견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 박경모기자
재향군인회 대강당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안보강연회에서 참석자가 후보의 정견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 박경모기자
《동아일보사와 대한민국재향군인회가 공동 주최한 제16대 대통령후보 초청 안보강연회가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재향군인회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회에서 한나라당 이회창이회창(李會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후보는 국가안보와 집권시 대북정책 방향 등에 관한 정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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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재향군인회와 동아일보사 공동주최로 5일 열린 ‘대통령후보 초청 안보강연회’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후보는 대북정책의 기조와 북한 핵 문제 외에는 대부분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북한 핵문제 해법과 관련, 이 후보는 대북 현금지원 즉각 중단과 같은 경제 제재수단의 사용을 주장했다. 그러나 노 후보는 “자칫하면 남북간의 대화통로가 막혀 핵 문제 해결과정에서 우리가 배제되고, 전쟁위기로 빠져들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경제제재를 반대했다. 정 후보는 “북한이 핵개발을 시인한 이상 개발보다는 협상용이라는 데 비중을 두고 싶다”며 “국제적 공조를 통해 핵 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호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해 이 후보는 전략적 상호주의를 주장하며 사실상 햇볕정책의 폐기를 주장한 반면 노 후보와 정 후보는 “시간과 노력이 더 들더라도 국민적 합의 위에서 추진해야 한다”며 정책 추진과정의 문제점을 보완하자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특히 노 후보는 4000억원 대북지원설과 관련해 “철저하게 조사해야 하며, 조사결과 혹시라도 관계가 있다면 (정부가) 사과하고 (북한과의) 새로운 합의를 얻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병력규모와 국방예산 수준에 대해서는 세 후보 모두 “현재의 병력규모를 유지하고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같은 입장을 보였다. 주한미군 주둔문제에 대해서도 세 후보는 “국익을 위해 절대 필요하며, 통일이 이뤄진 후에도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노 후보는 별도로 ‘주적(主敵)’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주적 개념은 군 내부적으로 사기와 긴장감 유지를 위해 사용하는 것은 무방하나 정치권과 외교관련 종사자가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은 2000여명의 방청객이 향군회관 대강당을 가득 메운 가운데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재향군인회측은 당초 1000명에게 초청장을 보냈으나 1, 2층 강당 좌석이 모자라 복도에 간이의자를 놓고 강당 밖에는 임시 테이블과 TV까지 마련해 장외방청을 도왔다.

주요 대선후보 안보 통일 대북정책 비교
이회창(한나라당)노무현(민주당)정몽준(국민통합21)
병역공군 중위(법무관)육군 상병(만기제대)육군 중위(ROTC)
북한핵 입장즉각 핵개발 포기하고IAEA 사찰 수용해야당연히 포기돼야핵위협은 반드시 없어져야
핵 해법핵문제와 대북 지원 연계해야대화로 해결, 경제제재는 반대국제적 공조로 해결
대북 지원 및 경협대북 현금지급 즉각 중단대규모 경협은 장기적관점에서 투자대화와 교류 계속 추진하되안전위협받지 않도록 해야
대북정책 기조전략적 상호주의, 국민합의와 투명성, 검증 등 3원칙 준수햇볕정책 기조 유지하되 대국민 투명성 보장해야국민적 합의 기반 위에서 지속적 대화 협력 추진
주한미군 통일 이후에도 주둔 필요통일 이후에도 주둔 바람직통일 이후에도 주둔 유지돼야
주적문제언급 없음정치권이나 외교적으로는 사용하지 않는 게 바람직언급 없음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이회창 후보▼

이회창 후보

북한의 핵개발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북한은 즉각 핵개발을 포기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받아야 한다.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한미일 3국이 공조해야 한다. 북한의 핵개발 자금으로 사용될 수 있는 대북 현금지원은 중단돼야 한다. 대화와 설득은 계속하되 핵문제 해결과 대북경협 및 지원을 연계하는 전략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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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하면 북한에 대화와 협력의 문을 활짝 열되, 대북정책은 상호주의원칙과 국민의 합의에 기초해 추진할 것이다.

대북 ‘평화정책’을 추진할 때 △남북한 주도 △군사문제 해결과 교류협력의 병행 △남북합의의 단계적 실천 등 3원칙을 지키겠다. 평화정책의 5대 과제로 △대량살상무기문제 해결 △군사적 긴장완화와 대결구도 해소 △평화구축 진전시 본격적 대북지원 △교류협력의 제도화와 인도적 문제의 해결 △남북한 및 동북아 4강 정상이 참여하는 동북아평화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겠다.

한미동맹 체결 반세기가 되는 내년에 동맹의 중장기적 발전방향에 대해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겠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당면 위협 대응과 21세기 정보화 시대의 전략환경에 부응하는 군사력을 건설하기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2.8%를 차지하는 국방비 부담률을 3% 수준으로 늘리겠다.

군의 명예를 지키고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국군포로와 납북자의 송환에 최선을 다하고 한국전쟁 참전유공자와 상이군경에 대한 보훈시책을 확대하겠다. 정치권은 군 인사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며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겠다. 제대군인 취업을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취업지원 전담부서 설치, 제대군인 재교육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겠다.(서청원 대표 대독)

▼노무현 후보▼

노무현 후보

남북관계의 발전은 동북아시대를 열 수 있는 전제조건으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줄 것이며, 월남 특수에 이은 북방특수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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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남북교류협력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못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상태를 공고하게 구축하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을 국제사회로 인도하고 참여를 돕는 유연하고 전진적인 대북정책을 펴야 한다. 평화전략은 햇볕정책을 발전시킨 평화 번영정책으로, ‘대북정책 5원칙’ 아래 추진하겠다.

남북이 서로 믿고 남쪽 내부에서도 서로 믿을 수 있기 위해서는 ‘신뢰우선주의’와 ‘국민과 함께하는 정책’이 가장 선행돼야 한다. 또한 한반도 평화전략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해결’과 ‘평화체제 구축’을 추진하는 개념으로 군사와 경제안보를 함께하는 포괄안보가 돼야 한다.

대북 인도적 지원은 중단하지 않을 것이며 사회간접자본 건설 등 대규모 경협은 장기적 투자 관점에서 시행해가겠다. 유일한 합법적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존중할 것이다. 통일 이후 국가체제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나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우리의 병력규모는 현 수준 유지가 바람직하며, 최소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3%의 국방비를 안정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주적’개념은 군 내부적으로 사기와 긴장감 유지를 위해 사용하는 것은 무방하나 정치권과 외교관련 종사자가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주한미군은 통일이 이뤄진 후에도 동북아지역의 균형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계속 주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몽준 후보▼

정몽준 후보

분단 이후 처음으로 휴전선 일대에서 철로와 도로망 개통사업이 시작되는 등 긴장완화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군사 대치의 실체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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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안보 환경은 적정 수준의 군사력 유지가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현존하는 위협에 대비하는 ‘병력위주의 양적 구조’를 당분간은 유지해야 한다. 점진적으로 정보화 과학화된 21세기형의 방위력을 건설하는 ‘질적 구조개선’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군사력 유지를 위한 적정 국방비는 필수적이다.

평화통일 이후까지도 주한 미군은 주둔해야 한다. 한미간에 체결한 조약이나 협정 중 한미행정협정(SOFA)의 일부 불평등 조항은 미래지향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북한 병력은 세계 5위 규모로 우리보다 양적으로 우세하다. 남북기본합의서와 남북공동선언을 바탕으로 남북 당사자간의 직접 해결이라는 기본정신을 살려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긴장완화대책이 필요하다. 국군포로나 실종자는 반드시 돌아올 수 있도록 남북간 회담에서 적극 제기해야 한다.

북한의 핵문제는 민족 생존이 걸린 문제로 국제적 공조를 통해 핵 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대북 포용정책과 같이 우리 국가 전체의 이해를 반영하는 정책은 초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국민적 합의의 기반 위에서 추진하겠다.

현시점에서 통일을 논의하자면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이 급선무이다. 장기적으로 대화와 교류를 통한 상호 이해의 증진과 경제 문화적인 공동체의 건설이 이뤄져야 한다. 여야와 시민사회가 모두 참여하는 통일정책 심의기구를 만들어 국민적 합의 위에서 통일 정책을 추진하겠다.

▼이상훈 향군회장▼

이상훈 향군회장

“개인의 건강이나 국가안보는 똑같습니다. 건강을 잃었는데 돈 있고 명예 있으면 뭐 합니까.”

이상훈(李相薰) 대한민국재향군인회(이하 향군·사진) 회장은 ‘대통령후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무엇이냐’는 질문에 주저하지 않고 국가안보를 첫손에 꼽았다. 이 회장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대북포용정책을 추진한다고 했지만 그 결과는 남남(南南)갈등으로 나타났고 국민의 안보의식이 우려할 정도로 해이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 650만 향군 회원들은 확실한 안보관을 가진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선거법이 허용하는, 또한 정치중립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심정적으로만’ 지지하겠다”고 밝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행동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회장은 최근 핫이슈로 떠오른 북한 핵문제와 관련, △1단계는 금강산관광 경수로지원 등 모든 대북 지원을 중단하고 △2단계는 한미일 공조를 포함한 대북 압박으로 핵 포기를 유도한 뒤 그래도 안 될 경우 △3단계는 전쟁도 불사한다는 강인한 태도를 견지해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쟁도 불사한다는 3단계가 다소 위험한 발상이 아니냐는 지적에 “그 누구도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전쟁은 전쟁을 각오하며 대비하는 사람을 피해간다”라고 설명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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