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단일화 문제를 바라보는 민주당측의 시각이 바뀌고 있다. 당초 후단협 인사들의 탈당 명분을 뺏으려는 전술적 판단아래 후보단일화 협상을 전격 선언했던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반드시 후보단일화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 후보는 6일 측근들에게 “우리가 양보하더라도 단일화를 꼭 이뤄달라”고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후보 캠프 내에서도 “경선의 모양새만 갖춰진다면 정몽준(鄭夢準) 후보측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노 후보가 이처럼 단일화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시작한 것은 ‘1강(强)2중(中)’의 대선구도 돌파를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후보단일화가 성사돼 노무현-정몽준 양자간 TV토론이 벌어질 경우 국민적 관심을 끌 수 있는 만큼 또 한 차례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이 같은 이벤트를 거쳐야만 누가 되든 본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와 대등한 게임을 벌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6일 발표된 동아일보-KRC 여론조사 결과도 노 후보측의 후보단일화 의지를 한층 강화시킨 요인이 됐다. 조만간 정 후보를 따돌리고 2, 3위가 바뀔 것으로 기대했던 노 후보측은 순위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자 크게 실망했다는 후문이다.
양측 협상팀간의 접촉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특히 김원기(金元基) 상임고문은 정 후보측의 이철(李哲) 조직위원장 핵심관계자들과의 물밑접촉에 이미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공식협상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며 “물밑 움직임을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