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스 차관은 이날 서울 용산 미군기지내 드래곤힐 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개성공단 착공 등 북한 핵문제와 남북 경협을 분리하려는 한국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북한이 국제 합의를 깨고도 다른 나라와 정상적인 거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파이스 차관의 발언은 제3차 남북 경제협력추진위 회의가 평양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북 경협도 자제돼야 한다는 미국 정부의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보인다.
파이스 차관은 이어 "북한에 대한 중유 공급은 제네바 핵합의에 따른 것이지만 북한은 핵합의를 안 지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중유 공급 중단은 미국 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라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 중단 대가로 해마다 50만t의 중유를 북한에 제공해 왔다.
미국 국무부도 이날 북한에 제공하는 11월분 중유를 실은 선박이 6일 싱가포르를 떠나 북한 원산항으로 항해 중이지만 회항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비록 대북 중유지원분을 선적한 선박이 (북한으로 향하는) 공해상에 있을지라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 지 여전히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우처 대변인은 "미국은 KEDO 이사국인 한국, 일본, 유럽연합(EU)과 협의를 통해 중유 문제에 대해 조만간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또 미국내 대표적 매파인 제시 헬름즈 상원의원(공화· 노스 캐롤라이나)은 KEDO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을 골자로 한 2003 회계연도 대외활동 예산안 수정안을 다음주 의회에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의회 소식통들이 전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대북 중유공급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
한편 이날 평양에서 열린 제3차 남측 경제협력추진위 회의에서 박창련 북측 위원장은 "12월 20일경 개성공단 착공식을 갖자"고 제의했으나 남측 위원장인 윤진식(尹鎭植) 재정경제부 차관은 "남북경협 활성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핵문제가 조기에 해결돼야 한다"는 정부 입장을 북측에 전달했다.
북측은 개성공업지구특별법을 다음주 중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평양=공동취재단,김광현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