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표는 1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소속 의원 40여명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노 후보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듯한 발언을 퍼부었다.
그는 이날 인사말을 통해 “우리 당 의원 20명 이상이 당을 떠났다. 그런데 그들과 따뜻하게 대화하고 붙들려는 노력이 얼마나 있었느냐”며 “표를 모아야 하는데 색깔부터 대고 내 것 네 것 따지는 상황에서 당의 단결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노 후보측의 ‘뺄셈 정치’에 대한 불만의 표출처럼 들렸다.
한 대표는 이어 가장 민감한 주제인 ‘돈 문제’까지 건드렸다. 그는 “당 재정 형편이 어렵다. 후보측은 당에서 도와준 게 무엇이냐고 하는데 경선 후 10억원 이상 줬다”면서 “후보는 (당비를) 일원 한푼도 안 냈다. 나는 2억5000만원을 당비로 냈다”며 노 후보의 ‘자금 조달능력’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한 대표는 “노 후보가 내놓은 후보단일화 방식이 타당하고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정몽준(鄭夢準) 후보도 다른 제안을 했는데 협상팀이 마음을 비우고 ‘이길 후보’를 만들어 달라”고 미묘한 발언을 했다.
한 대표의 발언이 계속되는 동안 노 후보측 의원들은 술렁댔고, 발언이 끝나자 노 후보 선대위 홍보본부장인 김경재(金景梓) 의원은 “이게 의원총회냐, 오찬이냐. 최후의 오찬인지 모르겠지만 대표가 후보에게 하는 말은 지나친 것 같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이후 오찬장은 완전히 썰렁한 분위기로 돌변했다. 송영길(宋永吉) 의원이 탈당 의원들을 비판하는 발언을 한 것을 제외하고는 발언자도 거의 없었고, 의원들은 묵묵히 식사만 했다.
한 대표는 자신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기자들에게 “이런저런 얘기가 많이 있어서 그런 게 있다는 얘기를 한 것이다”며 “이번 기회에 다시 단결하자는 얘기다”라고 얼버무렸다.
그는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 앞에서 열린 대선 청년 전진대회에서도 “우리는 우리 당 후보로 단일화되길 바란다”며 노 후보 지지 발언을 하는 등 파문을 진화하려 했으나 노 후보측은 불쾌하다는 반응을 감추지 않았다.
노 후보는 이날 평화방송 초청 토론회에서 “당내에 남아 지지가 오르려 하면 흔들고, 또 한쪽에선 팔짱끼고 있지를 않나, 당내에서 정리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었지 않느냐”며 “대통령을 가까이 모셨던 분들은 의심받을 일을 하지 말아야 하고 각별히 행동에 신중하길 바란다”며 탈당설이 나도는 중진 의원들과 한 대표를 싸잡아 겨냥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