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核제재’ 최후통첩

  • 입력 2002년 11월 14일 18시 14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집행이사회가 14일(현지시간) 11월분 대북(對北) 중유제공을 예정대로 추진키로 함에 따라 핵문제를 둘러싼 한미일과 북한의 직접적인 마찰은 당분간 피하게 됐다.

그러나 KEDO가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12월분부터는 중유제공을 유보키로 결론을 내림으로써 다음달부터 북한에 대한 제재가 ‘실제 상황’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이라크를 향해 “게임은 끝났다”고 경고한 것처럼 북한에도 유사한 ‘통첩’을 던질 가능성이 많다. 그렇게 되면 경수로사업을 비롯한 북-미간 제네바합의의 ‘운명’도 예측하기 어렵게 된다.

▽중유 고비는 넘겼지만〓11월분 중유제공 문제는 북한과의 소규모 충돌을 막기 위한 노력이었지만 당장 다음달이면 12월분 중유제공 문제가 닥친다. 물론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지만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12월분부터는 손을 떼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중유제공을 전면 중단하면 제네바합의의 파기가 되는데…”라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KEDO 협의를 앞두고 정부 부처 내에서도 중유제공 문제에 대해 ‘전혀 딴소리’가 나오는 등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까지 연출되고 있다.

정세현(丁世鉉) 통일부장관이 13일 한 포럼에서 “북한에 대한 중유 지원은 내년 1월까지 지속돼야 한다”고 주장하자, 미일과의 협의를 맡고 있는 외교통상부는 이날 저녁 석동연(石東演) 대변인 명의의 자료를 내고 “정 장관의 언급은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외교부측은 미 국무부가 정 장관의 발언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해오는 등 뉴욕 KEDO 이사회를 앞두고 한미간의 갈등요인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서둘러 반박자료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수로사업 및 제네바합의는?〓12월분을 포함해 내년도 중유제공 문제는 경수로사업의 장래와 북-미 제네바합의의 틀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부 당국자는 “앞으로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 단계별로 ‘짧은 시한’과 ‘긴 시한’이 자연스럽게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중유제공 중단은 한미일 3국이 북한을 향해 던지는 ‘짧은 시한부 통첩’일 뿐, 경수로사업의 지속이나 제네바합의 유지 여부 같은 장기 시한부의 결정을 해야 할 상황이 닥칠 것이라는 얘기다. 그만큼 상황을 어렵게 보고 있다.

우리 정부도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경수로사업이 지금처럼 원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 정부는 다만 제네바합의가 플루토늄을 이용한 북한 핵개발 저지에는 유효한 카드라는 점을 들어 중유공급과 경수로사업의 분리 대처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기세 당당하던 이라크도 고개를 숙였다는 점에서 북한도 지금의 국제정세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경수로사업을 위협받는 상황까지는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희망 섞인 관측’만 내놓고 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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