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호남중진들 "DJ이후 호남은 내가"

  • 입력 2002년 11월 14일 18시 33분



11일 밤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와 핵심측근인 문희상(文喜相) 최고위원, 조성준(趙誠俊) 의원은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 앞으로의 진로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문 최고위원은 “후보단일화를 추진하고, 이것이 실패하더라도 당에 남아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돕자”고 주장했다. 반면 대통령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와 노선을 같이해온 조 의원은 “탈당해 중도개혁신당을 창당하자”고 주장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결론은 “당에 남아 대선을 치르자”는 쪽으로 정리됐다. 한 대표로서는 ‘불확실한 실리(중도개혁신당)’보다는 ‘확실한 명분(당 잔류)’이라도 가져야 앞으로 운신의 폭이 커진다고 판단한 듯 하다.

‘잔류냐 탈당이냐’의 문제는 비단 한 대표에 국한된 고민만은 아니다. 특히 호남출신 중진인 박상천(朴相千) 한광옥(韓光玉) 정균환(鄭均桓) 이협(李協) 최고위원은 모두 머리를 싸매고 있다. 핵심은 ‘포스트 DJ’ 시대에 호남의 주도권을 누가 장악할 것이냐는 문제다.

한 최고위원의 경우는 아예 친노(親盧)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는 1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후보단일화를 요구하며 탈당한 의원들의 복당을 주장했다. 또 “노 후보와 선대위를 중심으로 단합해 선거를 치르자”고 역설했다. ‘명분론자’로 정평이 나있는 한 최고위원으로서는 노 후보와 불편한 관계에 있는 한 대표의 틈새를 파고들면서 대선이후 당권을 겨냥, ‘신(新) 노-한 체제’ 구축에 발빠른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두 사람이 당 잔류로 가닥을 정리했다면 박상천 정균환 최고위원은 탈당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이인제(李仁濟) 의원과 탈당시기를 조율 중인 박 최고위원은 정균환, 이협 최고위원, 후단협 의원들과 함께 교섭단체를 구성한 뒤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통령후보와의 합당이나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그의 관심은 정 후보를 중심으로 한 비노(非盧) 신당의 대표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정 최고위원은 중도개혁포럼 소속이던 측근들이 대부분 탈당한 상태여서 앞으로의 입지확보에 골몰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 최고위원의 경우는 같은 익산출신인 전국구 최재승(崔在昇) 의원의 위협 때문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두 갈래의 길 위에 선 호남출신 민주당 중진들은 대선이후 탈당파와 잔류파 가운데 어느 쪽이 정통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느냐에 따라 정치적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의 선택이 ‘전부를 얻거나 잃는’ 정치적 도박의 성격이 크다는 점에서 막판까지 최종선택을 주저케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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