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타던 北-日수교, 납북자 암초에 급제동

  • 입력 2002년 11월 14일 23시 04분


북한과 일본 사이의 수교회담이 사실상 전면 중단된 직접적인 원인은 일본인 피랍 귀국자의 귀환 문제다.

당초 양측은 일본인 피랍자 5명이 일본에 10일 정도 머문 뒤 북한으로 귀환하도록 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피랍자를 절대 되돌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여론에 밀려 ‘귀환 불가’를 선언했다.

북한측이 5명의 피랍 생존자와 가족을 인질로 삼을지 모른다는 불신감에서였다.

북한은 일본이 귀환 불가를 선언하자 일본 정부의 약속 위반을 문제삼았다. 특히 북한의 불쾌감은 최고지도자인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납치사실을 공식 인정하고 사과를 했음에도 일본이 강한 불신감을 드러내자 증폭된 것으로 보인다.

또 일본에 피랍 사망자의 유골을 건네면서 “홍수로 묘지가 분실돼 유골을 간신히 찾아냈지만 100% 자신할 수는 없다”고 밝혔는데도 일본의 모든 언론이 “북한은 항상 거짓말을 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사망 주장도 믿을 수 없다. 아직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한 것도 북한을 자극했을 수 있다.

도시의 공동묘지에 유골을 안치하는 일본인들로서는 산중에 묘지가 있어 홍수 등으로 종종 묘지가 분실되는 한국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할 때 북한이 북-일 정상회담 이후 일본이 보인 반응이 도가 지나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으로서는 여론에 밀린 일본 정부의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회담을 계속하더라도 별로 성과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이제부터는 미국과의 협상에 전념하겠다는 방침을 굳힌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물론 이 같은 방침이 북한 특유의 ‘버티기식’ 협상전략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일본으로서는 피랍자 문제에 있어 북한으로의 송환 등 양보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북-일 정상회담 이후 급류를 타던 양국간의 관계 정상화 작업은 상당 기간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나아가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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