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동 직후 두 사람은 구체적 단일화 방식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어렵게 마련된 회동이 단일화 방식을 둘러싼 이견 때문에 ‘결렬’로 비칠 경우 피차 상처를 안게 된다는 부담을 의식한 듯했다. 특히 양측은 회동을 통해 첫 걸음으로 ‘반 이회창 전선’을 넓힌 데 만족하는 분위기다.
회동에서는 또 정 후보가 “방식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노 후보도 ‘대의원 50%, 국민 50% 대상 여론조사’라는 정 후보측 방안에 대해 “정략적 차원에서 제시한 것이 아니라면 그것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할 수도 있다”고 신축성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노 후보측은 대의원 조사의 반영 비율을 20%대 이하로 낮추는 절충안도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접점이 찾아질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낳고 있다.
회동에서는 노 후보가 당초 단일화 거부이유로 내세웠던 ‘정책 노선 차이’도 상당부분 해소됐다. 정 후보가 재벌개혁에 대해 적극적 자세를 보였고,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는 정 후보가 대북포용정책에 대한 원칙적 지지 입장을 밝힘으로써 서로 반걸음씩 다가섰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후보단일화에 대한 양측의 감도(感度)와 시각에는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정 후보는 이날 아침 S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단일화 방안의 차이는 기술적 문제다. 원칙만 합의하면 큰 어려움은 없다”며 “후보단일화를 이뤄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자들과 만나 “오늘 같은 날은 폭탄주라도 한 잔 해야 한다”며 상호 이해에 첫 회동의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노 후보는 기자간담회에서 “문제는 시간이다. 후보 등록일(27일) 전까지 단일화가 마무리돼야 한다”며 “토론이 (먼저) 되고 여론조사 일정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노 후보측이 ‘선(先) TV합동토론 실시, 후(後) 단일화 방안 확정’을 요구한 것도 정 후보측의 소극적 자세로 TV토론 실시가 지연될 경우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렵게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두 사람은 이날 “단일화 결과 후보가 되지 못한다 해도 상대방의 당선을 위해 적극 돕겠다”고 한목소리를 냈지만, 기자들과 만나서는 서로 자신으로 단일화해야만 이긴다는 ‘확신’을 굽히지 않았다. 실제로 ‘패자승복’의 다짐이 지켜질지 불투명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점에 비추어 앞으로 각론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이날 회동은 “단일화하지 않을 경우 두 사람 모두 당선을 바라보기 힘들다”는 압력에 떼밀려 마지못해 이뤄진 ‘일회성 만남’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