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공식 반응이 나오지 않았지만 북한이 제네바 합의 위반이라며 반발하고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미국도 ‘선 핵포기, 후 대화’라는 원칙 아래 지금까지보다 더욱 강도 높게 남북관계의 ‘속도 조절’을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태식(李泰植) 차관보는 15일 브리핑에서 “남북대화는 ‘북핵 설득 채널’로서뿐 아니라 그 나름대로도 유용성을 인정받아 왔고 미국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도 기존의 남북교류나 대화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은 이제 더 이상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의 ‘분리 대처’를 주장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KEDO가 남북대화를 ‘북한에 대해 핵무기 프로그램 포기 약속을 가시적이고 신속하게 준수하도록 촉구하는 중요한 채널’이라고 규정함으로써 정부는 앞으로 미국의 보조에 맞추는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더 적극적으로 북한을 ‘압박’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그럴 경우 남북관계를 어느 정도 ‘희생’시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정부 당국자들도 “이젠 북한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남북관계 진로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추진중인 △11월 말 동해선 임시도로 연결 및 12월 초 금강산 시범 육로관광 △12월 경의선 철도 연결 △연내 개성공단 착공 등도 순항 여부가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특히 철도 및 도로 연결과 개성공단 공사는 그동안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주요한 대북 채찍의 하나로 거론돼 온 사안들이다.
또한 인도주의적 사업이라고는 하지만 이산가족 상봉 역시 전체적인 남북관계 기류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게 분명하다.
무엇보다 내년 2월 출범하는 차기 정권은 남북관계의 틀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짜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간의 갈등이 첨예해지면 한국 정부의 선택 여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