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 속내는 달랐다. 노 후보측은 “정 후보가 딴 마음을 먹고 있는 게 아니냐”고 강하게 의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했고, 정 후보측은 단일화 실패 이후에 대비한 움직임이라는 점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노무현 후보〓이날 부산MBC 초청 토론에서 “정 후보도 대통령이 되려고 나오신 분이다. 약속을 지킬 것이다. 그쪽 당(국민통합21)이 누구랑 손을 잡는다고 해서 단일화가 깨지는 것은 아니다”며 정 후보와의 ‘신의’를 강조했다.
그러나 후보단일화 이후 제3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정 후보와 대화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나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가 참여하고 원칙없이 여러 사람을 소위 ‘비빔밥식’으로 끌어들이면 이후 민주당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선을 그었다.
노 후보측 선대위는 후단협을 맹비난했다. 그러나 후보단일화 논의를 결렬시키는 악재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 정 후보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이미경(李美卿)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후보단일화가 뜻밖의 암초에 걸려 고비를 맞고 있다. 이 모두가 우리 당을 탈당한 경선불복세력의 음해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갖게 한다”면서 “후단협은 후보단일화를 위한 모임인지 아니면 후보단일화 방해모임인지 성격을 분명히 하라”고 비난했다.
▽정몽준 후보〓정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후단협을 만나더라도) 단일화 정신이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행(金杏) 대변인도 “후단협과의 관계는 단일화 문제 이전에 이미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 후보가 후단협과 ‘2차 4자연대’ 추진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은 노 후보를 압박하는 동시에 단일화 불발 이후를 대비한 다목적 포석이라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정 후보가 “(그동안 후단협과 잘 안 된 것에 대해) 여러 가지 아쉬움이 있었다”고 한 것도 ‘독자 강행’시 절실한 세(勢) 확산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와 함께 후단협 최명헌(崔明憲) 대표를 만난 김민석(金民錫) 총본부장은 “통합21의 지향에 뜻을 같이 하고 후보간 연대에 뜻을 같이 하는 분들과 얼마든지 협의할 수 있다. 노 후보가 싫어하는 사람은 우리가 만나지도 말란 말이냐”며 단일화 실패 이후에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