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이벤트인 데다, 조사결과에 따라서는 대통령선거 판도를 크게 뒤흔들 수 있을 정도로 메가톤급 폭발력을 띤 ‘상품’이 여론조사 시장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기대와 부담〓가장 큰 관심은 어떤 여론조사기관이 선정되느냐이다. 조사결과에 두 후보가 깨끗이 승복해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조사기관의 인지도와 공신력이 크게 높아지는 것은 물론 시장 점유율도 급신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엠비존의 허춘호(許春浩) 이사는 “결과가 좋을 경우 해당 기관은 물론 국내 여론조사 시장의 전체 파이가 커질 수 있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반대로 여론조사기관들이 갖는 부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조사결과 및 과정에 대해 패자측이 공정성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승복하지 않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어느 후보는 ○○○ 조사기관을, 다른 후보는 △△△ 조사기관을 비토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는 것도 조사기관으로선 상당한 부담이다.
특히 이번 조사는 정치적 목적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기존의 수많은 여론조사 흐름과 상당히 동떨어진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이럴 경우 패자측의 불복 명분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디어리서치 김정훈(金廷勳) 이사는 “여론조사는 표본조사이기 때문에 할 때마다 결과가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며 “결과를 활용하는 것은 각 후보측의 재량이겠지만, 오차범위 내인 0.1% 차라도 수용한다는 것은 여론조사기관으로선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엇갈리는 조사기관 입장〓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의뢰도 받기 전에 참여 포기를 선언하는 이례적인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굴지의 여론조사기관인 코리아리서치센터(KRC)와 TNS는 일찌감치 “의뢰가 와도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KRC 김덕영(金德榮) 전무는 “특정 정치세력의 의뢰를 받아 정치적 목적이 분명한 일을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정치적 행위이다”며 참여 포기 이유를 밝혔다. 김 전무는 “표본 선정기준이나 설문 문항 등 세세한 내용까지 후보측이 모두 결정해놓고 조사기관은 단지 집행만 하는 방식인 데다, 잘못되면 조사기관이 책임을 뒤집어쓸 가능성이 많다”고 말해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만만찮음을 내비쳤다.
미디어리서치 김 이사는 “의뢰가 온다면 조사기관의 윤리와 객관성을 해치지 않는 방식인지 따져본 후 결정하겠다”면서도 “한나라당 지지자의 역선택을 막기 위해 조사주체를 밝히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그러면 응답자를 속이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갤럽과 엠비존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때 여론조사기관협회 차원에서 공동대응하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으나, 조사기관간에 입장이 엇갈려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여론조사 제대로 읽기▼
여론조사는 전체 조사대상 중 일부만을 뽑아 조사한 후 그 결과로 전체를 유추하는 방법인 만큼 확률적인 한계를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도입된 개념이 오차범위다. 오차에는 표본추출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표본오차와 그 외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표본오차가 있다.
표본오차는 무작위 추출을 가정했을 때 ‘몇 명을 조사했는가’와 ‘신뢰수준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 그리고 ‘응답률이 몇 %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95%의 신뢰수준을 활용하고 있고 응답률 50%일 때를 가정한 최대표본오차를 사용하므로 실제로는 ‘응답자 수’에 따라 오차범위가 달라진다.
오차범위는 응답자 수가 많을수록 작아진다. 95% 신뢰수준을 기준으로 하면 1500명일 때 오차범위가 ±2.5%, 1000명일 경우는 ±3.1%이다.
예를 들어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A후보 40%, B후보 36%가 나왔고 신뢰수준 95%, 오차범위 ±2.5%라면 같은 시점에 같은 방법으로 조사했을 때 100번 중 95번은 A후보 지지도가 37.5∼42.5%, B후보 지지도가 33.5∼38.5%로 나온다는 뜻이다. 즉, 두 후보의 지지율이 5% 이상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그 조사결과는 뒤집힐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비표본오차는 질문지의 문항 내용, 질문 순서, 조사원의 조사 방식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조사결과를 읽을 때는 이 내용들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또 지지도 조사의 경우 무응답률에 따라 후보지지율 수치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조사 결과를 읽을 때 단순수치보다는 한 기관의 조사결과 추이 속에서 여론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나선미전문위원 sunny60@donga.com
▼여론조사 시장 현황▼
한국에 조사 전문회사가 생긴 것은 1970년대 초반이지만 여론조사가 활발하게 이용되기 시작한 것은 1987년 대통령선거 때부터다. 이 해 대선에서 한국갤럽조사연구소는 선거결과 예측조사를 실시해 민정당 노태우(盧泰愚) 후보의 당선을 예측했다. 더욱이 그 수치가 실제 선거 결과와 2.2%포인트 차로 적중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1987년 이전 4, 5개에 지나지 않던 조사 전문회사는 1990년을 전후로 급격히 증가해 한국마케팅여론조사협회(KOSOMAR)에 가입된 회사는 22개로 늘어났다. 업계에서는 이들 협회가입 회사를 포함해 현재 100여개의 조사회사가 활동 중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 조사 전문회사는 주로 기업의 마케팅활동에 필요한 마케팅조사와 공공부문을 위한 사회여론조사 및 정치 선거관련 조사를 하고 있다. 전체 매출액의 80% 이상은 마케팅조사가 차지하고 있다. 일반 기업에서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파악하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마케팅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거의 외부에 알려지지 않기 때문에 일반 독자들은 언론에 보도되는 정치 사회 여론조사만을 주로 접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조사시장 규모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광고시장 규모에 따라 추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KOSOMAR에 따르면 2001년 광고시장 규모를 5조3000억원 정도로 보았을 때 조사시장 규모는 광고시장의 3% 수준인 약 16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전체 조사시장에서 정치 사회 여론조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정치 사회여론조사 시장규모는 약 320억원 수준이다. 선거가 있는 해는 이보다 늘어난다.
조사 전문회사 중 매출액 상위 5개 회사는 연간 매출액이 각각 100억원을 넘어서고 있으며 이들 5개사의 매출액이 전체 시장의 50% 선을 차지하고 있다.
조사분야에도 최근 외국자본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형태는 ‘AC닐슨’이나 ‘TN소프레스’처럼 한국지사의 형태로 직접 진출하는 경우, ‘NFO코리아’와 같이 기존 국내회사를 사들이는 경우, ‘한국리서치’나 ‘리서치인터내셔널(KRC-RI)’처럼 외국회사가 일부 지분을 보유하는 형태 등 다양하다.
또한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많이 생겨나고 있으며 휴대전화를 이용한 모바일리서치 전문회사도 생겨나고 있다.
나선미전문위원 sunny60@donga.com
역대 주요선거 예측조사 | |||
선 거 | 예측조사 수행 조사회사 | ||
KBS | SBS | MBC | |
1992년 대통령선거 | - | - | 갤럽 |
1995년 1차 지방선거 | - | - | 갤럽 |
1996년 15대 국회의원선거 | 방송3사 및 5개 조사회사 컨소시엄(KRC-갤럽-미디어리서치-월드리서치-동서리서치) | ||
1997년 대통령선거 | KRC | 리서치앤리서치 | 갤럽 |
1998년 2차 지방선거 | KBS-SBS 컨소시엄(KRC-미디어리서치) | 갤럽 | |
2000년 16대 국회의원선거 | KBS-SBS 컨소시엄(KRC-미디어리서치-한국리서치-TN소프레스) | 갤럽 | |
2002년 3차 지방선거 | KRC-미디어리서치 | TN소프레스 | 갤럽 |
2002년 대통령선거(예정) | 갤럽-미디어리서치 | TN소프레스 | KRC |
나선미전문위원 sunny6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