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이회창 경쟁력〓‘이회창 후보에 맞설 단일후보로 누가 더 적절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유권자의 응답 결과는 △전체 응답자 △이 후보 지지자 제외 △노, 정 후보 지지자 △이 후보 지지자 등 모든 경우에 있어서 오차범위 내에서 엇갈렸다.
전체 응답자에서는 노 후보가 0.9% 앞섰으나, 이 후보 지지자를 제외할 경우에는 정 후보가 0.8%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23일 실시된 다른 여론기관의 조사에서도 대체로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노, 정 후보 지지자만 따졌을 때에는 노 후보가 43.5%, 정 후보 46.7%로 정 후보가 3.2%포인트 앞선 반면 이 후보 지지자만 따졌을 때에는 노 후보 35.5%, 정 후보 30.9%로 노 후보가 더 높았다.
이처럼 조사 결과가 엇갈린 데에는 정 후보 지지층의 결속력이 예상 밖으로 노 후보 지지층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데다 민주당 지지층의 경우는 정 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 후보 지지자들은 84.8%가 단일후보로 정 후보가 적합하다고 응답했으나, 노 후보 지지자들은 79.2%만이 노 후보를 단일후보로 선호했다. 노 후보 지지자의 11.8%는 이 질문에 아예 응답조차 하지 않았다.
한편 민주당 지지자는 노 후보 62.9%, 정 후보 26.0%로 분산된 반면 통합21 지지자는 정 후보 82.4%, 노 후보 11.0%로 높은 결집력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인천 경기 호남 영남지역에서는 노 후보가, 서울 충청 강원 제주지역에서는 정 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호남지역의 경우 노 후보 41.8%, 정 후보 40.2%로 노 후보가 약간 앞섰다.
▽단일화 효과〓노, 정 후보간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그 효과는 정 후보가 노 후보보다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 후보로 단일화됐을 경우 노 후보 지지층은 56.2%가 정 후보를 지지했으나, 노 후보로 단일화됐을 경우 정 후보 지지층은 53.6%가 노 후보를 지지했다. ‘이 후보 지지’로 이탈하는 비율도 정 후보 지지층은 22.1%나 됐으나, 노 후보 지지층은 13.2%였다.
정 후보가 단일후보가 됐을 경우 노 후보 지지층의 8.9%는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다자대결 ‘단일화 효과’▼
노무현(盧武鉉), 정몽준(鄭夢準) 두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한 이후 후보단일화에 따른 시너지효과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자대결 구도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는 하락세를, 노-정 후보는 동반상승세를 보이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이 후보는 5일 본보-KRC 조사에서 36.0%를 기록해 ‘마(魔)의 벽’으로 불려온 35%대를 뛰어넘었으나, 23일 조사에서는 31.7%로 보름남짓 사이에 4.3%포인트가 떨어졌다.
반면 노 후보는 16.8%(5일 조사)→23.7%(23일 조사)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고, 정 후보도 22.4%(14일)→20.3%(17일)→23.5%(23일)로 하락추세에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특히 9일 전인 14일 조사에 비해 이 후보는 대구 경북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5∼6% 포인트가 하락했다. 다만 대구 경북지역은 14일 53.5%, 23일 53.8%로 이 후보 강세 추이가 여전했다.
노 후보의 경우는 20, 30대 연령층에서 각각 29.8%, 29.3%로 1위로 올라섰고, 호남지역과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정 후보는 서울지역에서 29.7%로 지지도 1위를 기록했다.
호남지역의 경우 노 후보 지지도는 34.1%(14일)→53.6%(23일)로 급상승하면서 정 후보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정 후보는 24.8%(14일)→26.7%(23일)로 약간 올랐다.
부산 울산 경남지역은 이 후보의 지지도가 49.1%(14일)→43.9%(23일)로 5.2%포인트 하락한 반면 노 후보 13.9%(14일)→20.7%(23일), 정 후보 15.9%(14일)→19.7%(23일)로 각각 상승세를 보여 한나라당 지지성향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충청지역은 이 후보(24.9%), 노 후보(19.3%), 정 후보(21.7%)로 3분된 가운데 부동층이 31.5%로 크게 늘었다.
단일화 성사를 전제로 한 당선가능성에서 이 후보는 47.6%(14일)→43.9%(23일)로 낮아졌으나, 단일후보는 12.8%(14일)→23.3%(23일)로 크게 높아졌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지지후보 판단기준 자질-정책-인상 順”▼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지지후보 결정에 가장 우선적 판단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은 ‘자질’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지지후보 결정시 고려 요인의 중요도를 조사한 결과 ‘매우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비율은 △자질(58.6%) △정책 및 공약(37.0%) △인상 및 이미지(22.0%) △주위 평가(17.3%)의 순이었다.
지지요인별로 대선후보를 평가했을 경우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자질(32.5%)과 정책 및 공약(22.4%) 항목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반면 국민통합21의 정몽준 후보는 인상 및 이미지(37.4%)에서는 1위를 기록했으나, 자질(18.5%)과 정책 및 공약(14.1%) 항목에서는 세 후보 중 가장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자질(23.6%)과 정책 및 공약(19.1%)에서는 2위를, 인상 및 이미지(21.0%)와 주위평가(17.0%) 항목에서는 3위를 차지했다. 자질 항목은 연령별로 편차가 컸다. ‘자질이 가장 나은 후보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20, 30대는 노 후보(20대 31.8%, 30대 33.5%)를 꼽았으나, 40대 이상은 압도적으로 이 후보(40대 35.9%, 50대 이상 43.8%)를 선택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